50+의 슬기로운 언어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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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편 슬기로운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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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슬기로운 언어생활을 위한 쓰기와 읽기 그리고 듣기에 대해 다루어왔다. 인간의 언어기능 가운데 이제 말하기가 남았다. 흔히들 ‘말하기’를 인간 언어활동의 최종 목적지로 여긴다. 그러나 앞서 다룬 세 가지 언어기능을 뺀 말하기란 존재할 수 없고, 그 기능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궁극적으로 잘 말할 수 없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ㅣ말하기의 갈래

 

말을 한다는 것은 정리된 생각을 입말로 표현하는 행위이다. 말하기는 크게 두 가지 갈래를 두고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미리 완벽하게 정리된 생각 즉 완성된 메시지를 입에 담아 전하는 행위인데, 이 경우 커뮤니케이션 방향이 주로 한쪽으로 흐른다. 대중 연설이나 강의, 설교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두 번째는 그 자리에서 오감으로 받아들인 신호에 대한 반응을 메시지로 만들어 말하는 경우인데, 주로 대화와 토론 등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상황을 생각할 수 있다.

 

 

 

 

 

 

ㅣ‘슬기로운 말하기’의 조건

 

어떤 갈래의 ‘말하기’든 ‘슬기로운 말하기’를 위해서는 먼저 상황과 메시지를 이해하고 판단하는 인지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 능력이 없으면 말의 원천이 되는 생각을 구성할 수 없다.

그리고 이해와 관계의 형성을 위해 경청의 태도와 능력을 지녀야 한다. 경청이 없는 말하기는 순전히 일방적이고, 지극히 낮은 수준의 ‘말하기’라고 할 수 있다. ‘소통하는 말하기’야말로 가장 좋은 말하기이다.

나아가 생각을 정리하는 힘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는 논리 구조와 문장구성력을 갖추어야 한다. 무슨 말을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능력을 갖추지 못한 탓에 말하기를 힘겹게 여긴다. 이런 사람들은 평소에 메모하는 습관과 함께 어휘력을 넓히고 그것으로 생각을 정리하며 문장을 만드는 연습을 꾸준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완성된 메시지를 음성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 자세와 호흡, 발성, 발음, 쉼, 속도, 억양 등 읽기 능력을 몸에 갖추어야 한다. 흔히 이 부분의 훈련을 힘들어하지만 꾸준하게 연습하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말하기를 연습하는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는 제대로 만들어진 글을 소리 내어 읽으면서 문장 이해력과 음성표현 능력을 갖추어 가는 것이다. 그런 다음 ‘읽기’를 ‘말하기’로 바꾸어가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매우 효율적이다.

 

 

 

 

 

 

ㅣ‘말하기’의 음성표현

 

음성으로 표현된 모습을 보면 ‘읽기’보다는 ‘말하기’ 쪽이 한결 더 일상적이고 익숙하며 편안하고 신뢰도가 높다.

‘읽기’를 ‘말하기’로 바꾸려면 말하기에 적합한 문장과 입말에 맞는 표현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먼저 입말에 맞는 짧은 문장으로 나누는 것이 좋다. 한 호흡으로 말할 수 있도록 단문 위주의 문장을 사용하는 것이 여러 가지로 유익하고 편리하다.

그리고 문어체를 구어체로 바꾸어야 한다. ‘하여’를 ‘해’로 바꾸는 등 일상적인 준말을 사용하고, 고어체나 어려운 말을 현대어와 쉬운 말로 바꾸어야 한다.

또한, 상황에 맞추어 ‘했습니까?’를 ‘했나요?’로 바꾸는 등 좀 더 친근하고 편안한 어미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정확하게 전달되기만 한다면 읽기보다 조금 더 부드럽고 유연한 발음을 사용하고, 말의 완급을 자연스럽게 조절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도 읽기를 위해 만든 억지스러운 억양을 자연스럽게 바꾸어야 비로소 ‘좋은 말하기’가 된다. 억양은 말을 말 되게 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정확하게 문법을 지켜서 적은 글을 좋은 발성과 발음으로 표현하더라도 억양이 이질적이면 해득할 수 없다. 문자는 사람의 생각과 말을 적은 것이므로 문자를 읽는 억양은 사회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말하기의 억양’과 같아져야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ㅣ‘말하기’의 억양

 

흔히 읽기와 말하기의 억양이 같지 않고 낭독을 위한 억양은 따로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세간의 낭독 억양 즉 읽기 투라는 것은 자연스럽지도 않고 일상적이지도 않다. 그리고 내용에 상관없이 입에 붙은 억양을 쓰면서 엉뚱한 부분에 강세를 붙이기도 한다. 물론 처음부터 읽기를 위해 쓰인 문어체 글을 읽으며 낭독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좋은 억양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억양도 어디까지나 소통이 전제된 자연스러운 것이어야 한다. 이질적인 읽기 투의 억양으로 말을 하면 상대에게 어색하게 들릴 뿐 아니라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갈 수도 없다. 나는 말을 하고 상대는 글을 읽는 대화란 상상할 수도 없지 않은가. 우리는 대화할 때 상대방이 자연스러운 억양으로 하는 말은 그 사람의 마음 그대로라고 받아들이기 쉽지만, 조금이라도 꾸민듯한 억양으로 말을 하면 어딘지 숨기는 구석이 있거나 자기 본심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 열심히 외워온 자기소개서를 면접관 앞에서 읽듯이 말하는 지원자나 자연스럽지 않은 억양으로 대사를 하는 연기자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뛰어난 학식을 가진 강사가 청중에게 말로 지식을 전하는 것과 자신의 저서를 읽어주는 것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말하기 억양’의 중요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읽기식의 억양으로 표현되는 음성 언어는 다른 요소들이 아무리 충분하더라도 결코 ‘말하기’가 될 수 없다. 말하기의 억양은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워야 한다. 그리고 어색하거나 억지스럽지 않아야 한다. 또한, 강조하려는 부분의 억양이 정확하게 논리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요약하자면 가장 훌륭한 말하기란 쓰기와 듣기 그리고 완성된 읽기 능력 위에 일상적이고도 자연스러운 표현 능력을 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자기 억양의 모습을 자주 살펴보고 꾸준히 고쳐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 편에서는 마지막으로 좋은 말하기를 위한 준비와 함께 50+의 슬기로운 언어생활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