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한번이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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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재직 시에 이런 선배분이 계셨다안 대리! 언제 식사 한번 해야지?” ! 감사합니다.

 

당시엔 직급 낮은 초짜 신분의 직원이어서 선배님의 이런 말이 매우 배려 깊은 언어로 다가왔다. 어느 날 모 과장께서 내게 물었다.

안 대리! 길 선배하고 식사 한번 한 적 있나?” 아니요, 아직!” 그 양반 늘 말로만 그래. 우리 직원 중 그 선배하고 식사나 소주 한번 한 사람 없어.” 

 

나중 어느 회식 자리에서 동료의 한마디가 나를 빵 터지게 했다그 선배 별명이 뭔지 알아, 언제 한번이야!” 옆에 있던 다른 동료들도 박장대소하며 웃었다. 뭐, 그렇게 나쁜 말은 아니지만 선배는 복도에서 만나는 후배들에게 언제 한번이란 말을 습관적으로 한다는 것이었다그런데 그 언제 한번은 후배들에게만 쓰는 말이 아니었던 싶다. 그분의 선배들에게도 언제 식사 한번 하셔야죠!” “길 부장! 그놈의 언제 한번 식사하려다가 나 퇴직하겠다.” 하며 웃으며 지나가는 것을 목도했기 때문이었다결국 그 선배는 언제 한번 이란 말을 남기고 정년을 맞아 퇴직하였다.

 

얼마 전 어떤 여행 강좌에서 강사는 여행의 실행에 대해서 이런 말을 하였다여행 얘기를 하다 언제 한번 가려고요”라는 말은 안 가겠단 말과 동의어란다언제 한번이란 말은 이미 약속이 아니라는 거다. 설득력 있는 말이다퇴직 후 친구들과 어울려 이곳저곳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함께 여행을 떠나는 우리를 늘 부러워하던 친구가 드디어 동참하였다. 비행기 표까지 다 예매를 해놓은 그 친구는 여행 출발 며칠 전에 또 포기를 했다. 갑자기 일이 생길 것 같아 못 가게 되었다고. 일이 생긴 게 아니고 생길 것 같은 거였다. 우리 모두 아쉬웠지만 어쩌냐! 일이 우선이지.” 여행에서 돌아와 그 친구를 만났다. 그래 일은 잘되었냐? 했더니 이 친구 하는 말 아무 일도 없었어. 가도 되는 거였는데, 후회막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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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기차는 다시 오지 않는다


 

요즘은 스토리텔링에서 스토리두잉이란 말을 많이 쓴다말하는 것에서 나아가 하는 것, 실천을 강조한 말이다직장을 마치고 퇴직한 세대들의 인생 후반전 설계는 참 다양하다무엇을 할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도 보통 일은 아니다운 좋게, 기회 좋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잘 찾아가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운 없다고 말하고 기회가 오지 않음을 아쉬워한다그러나 얘기를 듣고 가만히 살펴보면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실천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다퇴직 이후 세대의 이모작 방향 설정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하고 싶은 일에서 대체로 자리를 잡아가는 친구들은 말을 행동으로 옮긴 이들이다그거 한번 해보지 뭐하고 실행으로 옮긴 이들은 그 시작이 씨앗이 되어 좀 더 자신이 원하는 열매를 얻게 된다.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다. 누가 자신에게 무엇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자신이 얻어야 하는 것이다물론 그 시도가 다 자신의 희망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시도 자체로도 한걸음 나아 간 것이고 즐거움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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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어린 왕자처럼 우리는 사막의 길을 걸어야 한다

 

 

삶은 끊임없는 선택의 과정이다. 새로운 만남을 통해 관계를 만들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낸다. 필자의 취미 중 하나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거다. 실력이 쌓이면 친구들과 버스킹이나 한번 하자는 꿈은 갖고 있었지만 누구를 가르칠 정도의 기타 실력은 아니어서 기타로 강의를 할 생각은 언감생심이고 관심도 없었다. 어느 날 함께 커뮤니티를 하는 분이 안 선생님! 이거 한번 응모해 보세요. 문화센터에서 하는 건데 내용 보니 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내용을 보니 이 정도면 할만한데 해서 지원서를 내고 얼마 후 선정 통지를 받았다강사 선정 이유는 연습 삼아 딱 하나 올린 유튜브 영상 때문이었다. 그 영상을 보고 커뮤니티 회원이 권유한 것이고, 문화센터에서는 그 영상을 보고 최종 선정을 한 것이었다. 커뮤니티가 관계를 만들었고, 관계는 권유가 되고, 권유는 시도가 되고, 시도는 작은 결과를 낳았다. 행동으로 옮긴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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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널 끝에는 늘 빛이 있다

 

 

이제 50+세대에게 언제 한번이란 말은 사전에서 지우자. 언제 한번은 안 하겠다는 말과 동의어이다. 그냥 지금 하는 것으로.

 

홍 선생! 오늘 저녁 식사같이 하지! 쐬주 한 잔도 좋고! 오케이!

 

 

50+시민기자단 안종익 기자 (try3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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