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학교 심화과정 1기 수료식을 참관하며

 

-

“원숙한 중년이여! 인생은 아름다워라~”

-

 

5월22일 오후 3시, 서울50플러스재단 중부캠퍼스 4층 모두의 강당.
강당 한 켠에선 희끗희끗한 머리의 중년층 남성 서너 명이 기타 줄을 튕기며 열심히 화음을 맞추고 무대 쪽에서는 행사 준비를 위해 부지런히 순서를 맞춰보는 여성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터질듯한 에너지로 꽉 찬 이곳 모두의 강당에서는 [인생학교 심화 1기 과정 수료식] 준비가 한창이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서로를 살갑게 대하는 이들의 모습은 한마디로

“원숙한 중년이여! 인생은 아름다워라”

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내뿜으며 환하고 밝은 긍정의 힘으로 강당을 꽉 채우고 있었다.

 

 

“이 분위기 이거 뭐지?”
수료식 취재를 위해 방문한 이방인의 눈에는 다소 생경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심화 1기 수료생들은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서울50플러스재단의 존재를 알고 중부캠퍼스를 방문한 첫날의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다. 상담 신청을 하고 상담하시는 분과 첫 미팅을 했던 날…

 

무슨 강의를 들어보면 좋을까요?
어머? 인생학교 못들어 보셨어요? 이거 정말 강추에요… 

 

인생학교(?).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겠다는 마음으로 첫발을 내디딘 서울50플러스재단에서 처음 들어본 단어였다.

‘인생학교라… 흠…’ 인생 이모작 준비는 실기를 배울 수 있는 클래스를 수강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현실적 고민과 이런 것보다는 삶의 본질적 문제, 즉 인간 존재에 대한 문제와 의문에 더 집중해봐야 하나? 고심을 하던 터라 인생학교란 다소 낭만적인 이름의 클래스는 내 귀를 그저 스쳐 지나갔다.

 

고심 끝에 내 삶의 큰 숙제였던 인간관계 부분을 먼저 들어보겠다고 관계탐구를 신청했지만 그 당시 추천 받았던 [인생학교] 는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도대체 뭘 배우고 뭘 가르치는 걸까? 헌데 그 인생학교 강의를 수료한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심화과정이 오픈 됐고 마침내 1기 수료식이 열린단다. 내 귀가 번쩍 트였다. 그래! 첫번째 기사는 너로 정했다. 인생학교 심화과정 1기 수료식을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 중부캠퍼스 가파른 언덕을 씩씩거리며 올라갔다.

 

아니나 다를까? 자유로운 분위기와 긍정적인 에너지, 더불어 치열하고 격정적인 토론으로 모두의 강당은 홀랑 불타오를 만큼 뜨거웠다. 인생학교 심화과정 1기는 인생학교가 가정 먼저 오픈 됐던 서울50플러스 서부캠퍼스 1기부터 6기까지 16명, 중부캠퍼스 1기부터 4기까지 11명, 가장 늦게 개설된 바 있는 남부캠퍼스 출신 5명 등 총 32명의 수강생들로 구성됐다. 올해 1학기 시작인 2월27일을 첫 강의 후, 5월22일까지 마침내 3개월의 대장정을 끝내고 수료식을 갖는 이날 현장은 우리가 흔히 ‘끝이 끝이 아니다’라고 말하듯 심화과정 수료 후 활동에 관한 기구 구성을 둘러쌓고 난상토론이 이어졌다.

 

약 1시간 30분을 흘러도 끝나지 않는 토론으로 수료생들의 “새로운 꿈, 나의 능력”이라는 출사표 발표는 언제 시작될지 가늠할 수 없을 지경이 됐다. 하지만 지체되는 시간도 아랑곳하지 않고 심화과정 1기의 역할과 활동 등에 관해 의견 개진이 계속적으로 이어졌다. 토론 마이크는 강당 한 바퀴를 돌고도 제자리로 돌아올 줄 몰랐다. 후배들의 롤 모델이 돼야 하는 1기의 숙명(?) 같은 것이라고 해야 할까?

 

1시간30분의 토론 끝에 도출한 결론은 ‘오픈 기획단’이란 이름으로 TF팀을 만들어 인생학교 리더로 거듭나겠다는 자기다짐이었다. 앞으로 계속 배출될 후배들을 위해 1기로서 방향을 제시하고 단순한 커뮤니티에 머무는 것이 아닌 목표의식을 공유한 공동체로서 집단 지성화하자는 것이었다. TF팀을 선정하기 위해 이제는 투표 시간을 가진단다.

어이쿠… 출사표 발표는 언제 하시려고? 계속 늦어지는 진행으로 난 초조해졌다. 취재에 소요되는 시간이 3시간이면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러다 오후 7시나 돼야 수료식이 시작되게 생겼다. 하지만 인생 이모작을 꿈꾸며 새로운 형태의 집단 지성화를 꾀하고 있는 1기 수료생들을 보니 돈과 욕망에 침몰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란해지던 내 삶에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것 같아 가슴 벅찬 현장이었다.

 

마침내 9명의 TF팀이 결성되고 출사표 발표의 시간이 다가왔다. 
우리의 선배들인 인생학교 심화과정 1기 수강생들이 발표한 출사표를 정리해본다.
서울50플러스재단의 모든 캠퍼스를 다니는 구성원들에게 유익한 정보가 될 것이다.

 

- 문화 공간을 만들겠다.
- 음악과 책을 통한 공연 계획을 연구하겠다.
- 혼자 책 쓰고 글 쓰는 것이 아닌 함께 작당을 하겠다.
- N개의 교실에 컨텐츠가 채택돼 여름학기부터 강의를 하게 됐다. 모두 이 강의에 참여한 뒤 벌어진 삶의 변화이다.
- 커뮤니티를 만들어 사회공헌에 참여하겠다.
- 매일 새로운 꿈을 꾸겠다. 봉사단체도 만들고 재능을 연결해 움직이겠다.
- 장애인 재활자립 관련 일을 함께 동참해줄 동기생들을 모아보겠다.
- 직업훈련교사 자격증, 크리에이터 자격증 등을 취득하겠다.
- 내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던 내 안의 다양한 감정을 끄집어내 경험하고 싶다.
- 나와 다른 많은 삶들의 다름을 인정하고 공유하는 사람이 되겠다.
- 공직생활을 끝낸 후, 자서전을 내보고 싶다. 또한 역사공부를 하고 있는데, 역사문화 해설사의 자격증을 따려 한다. 새로운 컨텐츠를 뜻 맞는 사람들끼리 법인도 설립하고 싶다. 
- 50+인생학교 강사를 하고 싶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삶을 영위하며, 보람된 인생을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가족에 충실하고, 장애인에 대한 보람일자리를 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사회적인 가치 공헌에 충실하고 싶다.
- 인생학교를 통해 재미있게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이것이 나에게는 영화였다. 영화강의로 인생 재설계를 하려고 한다. 특히 50+대에 독거 하시는 분들, 자살을 생각하시는 분들과 영화로 교감을 하면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 2년 전 인생학교에 첫 출석했을 때, ‘어린 시절 즐겁게 놀던 골목’으로 비유했던 게 기억난다. 이곳에서는 만남이 있고, 배움이 있었다. ‘수다를 떨며 뜨개질을 하고 동기들과 웃고 지냈던 일들’ 이 기억난다. 이러기 위해서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 공간을 확보하는 일을 해보겠다. 
- ‘3가지 정도는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은 해야겠다.’ 첫째는 골프고, 둘째는 외국어(영어, 일본어)를 수준급까지 올려놓는 것, 셋째는 책을 많이 읽는 것이다.
- 인생학교를 처음 접하고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올해 하반기에 일자리 해결문제에 구체적으로 기여하도록 할 것이다.
- 5년 내 이루고 싶은 소망은 시인으로 등단하는 것, 3년 내 이루고 싶은 소망은 피천득 사업회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피천득 재단법인을 설립하는 것, 1년 내 소망은 사회공헌 사업을 하고 싶다.
- ‘시니어 사업 프로젝트’에 도전한다. 첫째 시니어 사업 플랫폼 제작 둘째, 시니어 대상 강의 컨텐츠 확보, 셋째, 시니어 케어 박람회 개최
- 연기, 음악, 낭독 등의 활동을 통해, 인생학교를 참여했던 사람들과 같이 하고 싶다. 또한 사회적 기업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특히 회계 관련 부문에서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한다.
- 심화과정 처음 입학식에 말했던 것인데 화천에서 기여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계획을 세웠다. 그 지역에서 어르신들과 어린 아이들을 위한 독서수업과 지역의 폐교를 알아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볼 것이다.
- 젊은 세대가 고민하는 것이 ‘인생의 경험’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세대 간의 교류’를 통해서 젊은 세대를 이끌어 주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을 찾아 볼 것이다.
- 32년간 직장생활을 하고 그만 두고 나서, 이제는 삶을 가만히 따라가 보고 있다. 그런데 인생학교 교육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 교육을 통해 얻은 꿈은 ‘자유’, ‘배움’, ‘강사 평가 프로그램 개발’, ‘50+세대에게 교육 컨설턴트’, ‘글쓰기’ 등을 하는 것이다.
- 두두 협동조합을 안착시키고 궁극적으로, 50+ 삶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문화사업을 연구하고, 강좌를 몇 개 개설을 해서, 모든 동기들과 같이 나누는 작업을 하고 싶다.
- 전반기 삶을 너무나 치열하게 살았다. 이후 인생학교를 다니면서 ‘삶은 예술이다.’ 라는 인생관을 얻었다. 후반부는 ‘재미’와 ‘의미’의 두 가지를 중심으로 하는 삶을 살겠다.
- 지역 공동체의 건강한 복원을 위한 기록물을 남기는 일을 하고 있는데, 사람들과 많이 만나다 보니 마음도 다치고 힘들지만 이것을 좀 더 심화해서 시작하고 싶다.
- 광주에서 왔는데 광주에서 지역사회 50+를 위해 화합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 인생학교를 통해 ‘사람부자’가 되고 있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배우는 것이 목표이고 낭독, 그림그리기, 뜨개질 등을 통해 ‘사업’을 마련하고 싶다.

 

 

 

취재를 빙자해 인생학교 심화과정을 먼저 맛보기 한 난 이미 예비 수강생이 돼버렸다. 공덕동 중부 캠퍼스 언덕을 내려오면서 나지막이 속삭였다.

인생학교 심화과정 1기 수료생들이 공개적으로 던진 출사표가 이뤄지기를…
‘꿈은 이뤄진다’는 전 국민이 경험했던 그 믿음이 헛되지 않기를…

 

그날 수료식이 끝난 후, 심화과정 1기 수료생들의 뒷풀이는 공덕동 밤거리를 달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