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편지 한 통이 세상을 따뜻하게 물들이는 순간

- 마음을 잇는 중장년 온기우체부 활동 현장을 가다

 

싱그러운 햇살이 기분 좋게 쏟아지던 5월 어느 날,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에 특별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바로 중장년 온기우체부로서, 손편지로 위로와 공감을 나누기 위해 모인 자원봉사자들인데요. 설렘과 긴장감이 어우러진 분위기 속에서 20여 명의 중장년들이 자리를 메웠습니다.

 

서로의 온기를 연결하는 특별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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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는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와 사단법인 온기가 함께 기획한 마음을 잇는 중장년 온기우체부 활동으로, 진행을 맡은 중부캠퍼스의 심민영 선임이 온기우편함 덕분에 따뜻한 위로를 받았던 경험을 전하며 행사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이어 허은숙 센터장은 서울시50플러스가 일자리 중심으로 진화하면서 나눔 활동이 줄어들어 다소 아쉬웠는데, 이웃과 지역사회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온기우체부 활동을 통해 중장년이 가진 경험과 지혜를 나눌 수 있어 매우 기쁩니다.”라며 따뜻한 인사를 전했습니다.

 

온기우편함은 2017년 삼청동 작은 골목길에 처음 설치됐습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소설 속 상상을 현실로 옮기고자 하는 한 청년의 따뜻한 마음이 그 시작이었으며, 현재 온기우편함은 극장, 복지센터 등 전국 84곳에 설치되어 있고, 800여 명의 온기우체부 자원봉사자들이 매달 2,000여 통의 답장을 쓰며 익명의 고민을 위로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진심을 담은 손편지 교육 현장

 

본격적인 손편지 작성을 앞두고, 사단법인 온기의 이혜빈 커뮤니티 개발팀 팀장은 오전 첫 교육을 통해 온기우체부들이 알아야 할 원칙을 소개했습니다.

손편지 작성의 가장 큰 원칙은 공감과 진심입니다. 정답을 강요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솔하게 적어 내려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진로, 취업, 연애, 인간관계로 주제를 나눠 온기님(익명으로 고민 편지를 보낸 이)들의 고민을 설명하며, 답장 편지를 작성할 때 지켜야 할 세심한 원칙을 알려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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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이후 온기우체부들은 잠시 조별로 모여 자신들의 젊은 시절 고민을 떠올리며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자신들도 겪었던 고민이라 충분히 공감할 수 있지만 진심을 글로 옮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한 온기우체부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습니다. 이에 더해 온기우체부 경험이 있는 한 참여자는 장문의 고민 편지를 읽을 때면 사실 부담이 큽니다. 한 자 한 자 신중하게 고민하다 보니 어느새 편지 하나에 큰 힘을 쏟게 되지요라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마음을 펜 끝에 담는 일, 위로이자 치유의 시간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 1, 본격적인 손편지 작성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책상 위에 놓인 고민 편지들은 마치 각자의 사연을 품고 작은 소리를 내듯 중장년들의 마음을 두드립니다조용히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참여자들. 때로는 미소를, 때로는 안타까운 눈빛을 짓기도 하며 공감하는 모습들이 진심을 느끼게 했습니다. 모두가 손편지 작성에 집중하는 동안, 고요한 강당 안에는 펜과 종이 마찰음이 따스한 온기로 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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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온기우체부는 편지를 쓰면서 아들이 생각났어요. 아들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했던 내가 오히려 위로를 받고, 마음속에 있던 묵직한 무언가가 풀어지는 기분이었어요.”라며 첫 번째 손편지를 마친 소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40년 만에 손편지를 썼다는 또 다른 참여자는 서툴지만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편지를 쓰는 동안 내게도 치유의 시간이 된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이처럼 손편지 쓰기는 단지 상대를 위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을 위로하는 귀한 시간임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손편지에 담긴 소망, 누군가의 가슴에 닿기를

 

온기우체부들이 한자리에 모여 손편지를 쓰는 모습은 시종일관 따뜻하고도 진지했습니다. 마지막까지 마음을 담아 쓴 편지들을 봉투에 넣기 전, 여러 번 다시 읽고 또 읽으며 최선을 다한 온기우체부들. 그 진심과 정성은 활자가 아니라 가슴을 울리는 생생한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조별로 다시 모인 마지막 시간에는 편지를 쓰면서 느꼈던 저마다의 소회를 공유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중장년의 삶에서 나온 경험과 따뜻한 공감이 어우러진 이 자리엔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진한 여운이 남았고, 이런 활동이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더 자주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기도 하였습니다.

 

마음을 잇는 온기우체부 활동은 중장년들에게 또 다른 활력을 선물하며,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소중한 징검다리가 되었습니다. 손편지로 전하는 작은 위로가 오늘도 누군가의 가슴에 닿아 삶의 작은 기적이 되어줄 것임을 희망해 봅니다.

 

 

 

 

취재·| 중장년시설지원단 최명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