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터뷰]
전화기 너머로 전하는 따뜻한 위로, 외로움돌봄동행단 이야기
※ 본 게시물은 2025년 「외로움돌봄동행단」 참여자와의 인터뷰를 재구성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운영하는 중장년 가치동행일자리 ‘외로움돌봄동행단’은 고립과 외로움으로 힘들어하는 시민을 발굴하고 유선 또는 대면 상담, 안부 확인, 행정 지원 등의 활동을 수행하는 중장년 사회공헌일자리입니다.
외로움돌봄동행단이란? - 참여대상: 40세~67세 서울시민 160명 ※2025년 모집 마감 - 활 동 처: 서울시복지재단, 주택관리공단 주거행복지원센터, 사회복지관, 1인가구지원센터 등 - 활동조건: 월 최대 57시간 활동, 월 최대 571,710원 - 활동내용: 서울시 중장년 가치동행일자리 사업 중 하나로, 서울시 고독가구 발굴 및 상담(유선, 방문), 행정 지원 등의 활동을 수행 |
이 사업 활동처 중 하나인 서울시복지재단 외로움안녕120에서 상담사로 참여하며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 서중년(가명)님을 만나, 상담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활동의 의미를 들어봤습니다.
동행 상담사, 그 역할과 과정
Q. 동행상담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하나요?
서울시는 고립·은둔 가구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전화상담 ‘외로움안녕 120’을 2025년부터 운영하고 있는데요. 120 전문상담원의 초기 상담 후, 지속적인 대화나 심층적인 도움이 필요한 시민에게 동행상담사가 후속상담을 제공합니다. 시민에게 따뜻한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고, 필요시 관계 기관 서비스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Q. 상담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나요?
첫 상담은 보통 40분~50분 정도 진행합니다. 총 6~8회 정도 후속 상담을 이어가고, 상담이 종료된 뒤 한 달쯤 지나 안부 전화를 드려 모니터링도 합니다. 사실 첫 대화는 쉽지 않아요. 내담자들이 전화를 걸기까지 많은 고민을 거듭했을 것을 알기에 처음은 조심스럽지만, 여러 번의 상담을 통해 점차 마음을 열게 됩니다.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내담자들에게 큰 위로가 된다는 걸 매번 느낍니다.

상담사가 마주한 외로움의 현주소, 그리고 공감의 힘
Q. 상담을 통해 자주 듣는 고민은 무엇인가요?
상담 주제는 세대와 연령을 막론하고 다양합니다. 가족 갈등, 사별의 슬픔, 이혼, 건강 문제, 청년들의 연애·취업 고민까지… 특히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독거 시민들의 고립감과 외로움 호소가 많습니다. 종일 한마디 대화도 없다가 저와의 전화가 첫 대화였다고 말씀하는 분들도 꽤 많습니다.
Q. 활동 중에 기억에 남는 상담 사례가 있다면요?
치매 아내를 6년을 넘게 돌보다가 떠나보낸 중년 남성의 상담이 오래 남습니다. 고독에 힘들어하다 버스 안 광고를 보고 ‘외로움안녕 120’에 전화를 주셨대요. 저도 치매로 어머니를 모신 경험이 있어 그 이야기가 대화의 연결고리가 됐습니다. 그분이 ‘처음으로 마음을 열 수 있었다’고 하실 때, 상담사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Q. 상담하다 보면 힘든 순간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상담 내용은 경제적 어려움이나 질병, 우울감 등 어둡고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에요.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도 사실이고요. 구체적인 도움을 드리지 못할 때는 자책감에 빠지기도 하고, 때로는 감정 이입이 지나쳐 퇴근 후 스스로 우울감에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산책이나 명상으로 제 마음을 다스리려고 노력합니다. 또 함께하는 동료 상담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인생 2막, 나를 성장시키는 동행
Q. 중장년으로서 이 활동이 본인 삶에 어떤 의미를 주나요?
처음에는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지금은 제 삶을 한 단계 끌어올려 준 경험이 됐습니다. 전문 상담사는 아니지만 소정의 교육을 통해 상담사로서의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배우며, 상대방을 존중하고 공감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 삶의 가치가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된 기분입니다. 내담자들이 기운을 얻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저 또한 위로와 보람을 얻는 선순환을 경험합니다. 가치동행일자리는 저를 정체시키지 않고 활동하게 하는 동기부여가 되어주었습니다. 울타리 밖 세상에 눈을 뜨게 된 것이죠.
Q. 외로움돌봄동행단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로 인해 현대인의 고독은 점점 사회문제가 되고 있어요. 외로움돌봄동행단은 앞으로 더 필요한 역할이 될 겁니다. 봉사와 사회 공헌의 마음만 있다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자격증보다 진심으로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다면, 누구든 이 보람 있는 활동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계속 배우고 성장해 가려고 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라는 말처럼, 누군가의 곁에서 묵묵히 귀 기울여 주는 존재는 큰 힘이 됩니다. 외로움돌봄동행단은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라 현대인의 고독에 맞서 공감과 소통으로 위안을 전하는 소중한 '사회적 연결망'임을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외로움 없는 따뜻한 동행, 그 길에 더 많은 중장년이 함께하기를 기대합니다
취재·글 | 중장년시설지원단 최명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