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나만의 소설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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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개의 교실] 오디오북으로 자서전 쓰기

천 개의 스토리, 천 권의 자서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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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 1학기 과정이 모두 끝나고 1학기 종강파티였던 펼침 스테이지가 끝났다. 이 기간 동안캠퍼스 앞마당이 모두 파헤쳐지고 썰렁한 분위기라 마치 대학의 여름방학을 맞은 것처럼 캠퍼스에 갈 일이 갑자기 없어진 난 약간의 공황상태를 느꼈다. 일주일에 한번이었지만 너무 강렬한 경험이었던 관계탐구 클래스가 끝나고 뭘 수강해야 하지? 고민이 시작됐다.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의 웹사이트를 하루에 한번, 많게는 서너 번을 들락거리며 뭔가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강의가 올라온 것은 없는지 체크하는 것이 나의 하루 일과가 됐다. 짧은 여름 학기, 어떤 강의들이 오픈 해 정보와 지식에 목말라하는 나를 유혹할까? 그러던 중 나의 눈길을 끄는 녀석이 들어왔다.

 

[천 개의 스토리, 천 권의 자서전] 프로젝트를 알리는 포스터.

 

“자서전?아휴~ 내가 무슨 자서전을 써? 유명인사도 아니고 글 솜씨라고는 젬병 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턱없는 이야기라고 손사래를 친다.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귀가 솔깃해진다.


비 오는 날, 부침개에 막걸리 한 잔이라도 걸친 날에는 내겐 너무 먼 이야기로 들렸던 ‘내 인생의 자서전’이란 단어가 마음 밑바닥에서 낮은 안개처럼 스멀거리며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잠깐 귀만 솔깃했던 것이 아니었나 보다. 우리는 모두 나만의 소설 하나쯤 가슴 속에 감추고 산다.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상처를 어르고 달래며 덕지덕지 딱지 앉은 상처들을 그렇게 가슴에 묻어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헌데~~ 자세히 살펴보니 내 자서전이 아니라 우리 부모님의 자서전을 만드는 프로젝트네?

 

‘세대간의 마음을 잇다’란 슬로건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 사회가 남북문제 보다 더 심각한 것이 세대갈등과 남녀갈등이라며 쏟아지는 뉴스들을 하도 많이 들어서일까?

 

19년만에 돌아온 한국 사회는 예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나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지하철에서 나이든 어르신 분들이 내 앞에 서면 일어나서 자리를 양보하곤 해왔는데 어찌나 됐다고 하시면서 거절을 하시는지∙∙∙

 

주위 승객들은 양보하는 내게 못마땅한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이거 뭐지? 이상한 분위기를 느껴서 나중에 친구에게 한번 물어봤다. 요즘은 노약자석에 가서 앉으시면 될 걸 왜 눈치 없이 일반석에 와서 젊은 사람들 부담스럽게 만드냐는 암묵적 분위기가 형성돼있다는 말을 들었다.


‘오 마이 갓’

 

전쟁의 폐허 속에서 산업화를 이루고 경제 성장의 주역으로 큰 소리 쳤던 우리 윗 세대가 왜 이렇게 천덕꾸러기가 됐을까? 남루할 대로 남루해진 그들의 모습이 결국 10여년 후, 20여년 후 우리 모습은 아닐까? 이 심각한 불통의 사회를 깨부술 강력한 한 방은 없는 것일까?.

 

결국 모든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단절된 세대, 남녀의 마음을 잇는 일.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그것은 소통밖에 없겠구나∙∙∙ 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들의 상한 마음을 어루만지고 풀어내는 것에는 가슴속에 쌓인 한의 응어리를 풀어 헤쳐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리라.


우리 부모 세대에게 그래서 자서전은 매우 유용하면서 신비롭고 긍지를 갖게 하는 매직이다.일명 유신긍매. 자서전이 사회적으로 성공한 경제인이나 정치인들이 대필작가를 고용해 써내는 그런 돈 잔치를 벌이는, 그들만의 리그에서나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자는 이 발칙한 컨셉트는 누구로부터 나왔을까? 볼을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다.

 

자서전의 주인공이 유명하지 않은 분이어도, 정리하고 기록하는 이가 전문 작가가 아니어도 ‘나의 아버지’ ‘나의 어머니’를 설명할 ‘그 무엇의 콘텐츠’를 가다듬고 기름칠해 정성스럽게 닦아낸 부모님의 삶이 나를 손길을 통해 이제 활자로 살아 숨쉬며 내 자녀들에게 전해지게 된다.


그들의 인생이 조금 투박해도, 작가가 전문가가 아니라 세련되지 않아도 진솔하고 날것 그대로의생생함만으로 훌륭한 서사구조를 갖춘 한 편의 훌륭한 이야기로 꿈틀거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가족사의 기록 현장은 관찰자인 동시에 기록자인 우리에게는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장엄하고
엄숙한 통과의례를 제공할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치는 동안 우리는 한층 성장하게 될 것임을 믿어의심치 않는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삼성카드 인생락서가 콜라보한 [천권의 자서전 프로젝트]는 기업 이윤의 사회적 환원과 책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계기가 됐다.

 

 

 

인생락서 플랫폼을 이용해 그들이 던지는 질문에 충실하게 답을 하다 보면 어느새 나의 자서전, 아버지와 어머니의 자서전을 완성할만한 리소스가 풍부하게 축적된다.

 

자료 축적이 어느 정도 완성됐다면 자서전 발간이라는 프로젝트에서 절반도 넘게 달려 온 것이다. 갈 길은 가깝고 돌아갈 길이 오히려 멀어졌으니 할 수 없다. 이제부터 완주의 레이스만 펼칠 일만 남았다.

 

중부캠퍼스에서 여름학기를 맞아 시즌2로 돌아온 [천개의 이야기, 천권의 자서전]은 지난 7월3일부터 시작해 7월24일까지 매주 수요일 4회 동안 강의와 실전을 거쳐 부모님의 자서전을 만들어내는 수요일 오후 클래스와 7월2일부터 시작해 23일까지 매주 화요일 4회 동안 강의하는 화요일 저녁 클래스로 진행되고 있다.


중부캠퍼스 3층의 컴퓨터실에서 아예 기록 입력과 글쓰기의 과정이 실전을 통해 훈련되고 있어 의지만 있다면 기필코 성공해 가문의 영광이 될만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아! 좀더 팁을 주자면 오디오 북 자서전 프로그램도 새롭게 개설됐다. 이 역시 인생락서 플랫폼에 구술된 자서전을 입력하는 것이므로 쓰는 것에 지독하게도 알레르기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일단 그보다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오디오 북으로 아버지와 어머니의 인생을 기록해놓는 방법도 고려해 볼만하다.


오디오 북은 중부캠퍼스가 50플러스 세대가 직접 제안한 콘텐츠 기획안을 바탕으로 강의 풀을 넓히기 위해 강좌 공개를 실시해 채택된 강사들이 보다 수강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천개의 이야기, 천개의 자서전]이 비교적 빠르게 4회차로 마감시키는 것에 반해 오디오 북 자서전은 8회차까지 진행되므로 자서전의 기초반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해 볼만하다.

 

지난 7월2일부터 시작된 [N개의 교실] 오디오 북으로 자서전 쓰기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20여명의 수강생들이 이세윤 강사로부터 강의를 듣고 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우리들의 자화상을 만들어내는 것에 동참하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내 삶을, 그리고 나아가 내 가족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기록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삶을 기록하고자 하는 욕망은 결국 보다 나은 인간으로서 성숙해지고 싶다는 표현의 다른 이름이라 우리 사회가 어느덧 성숙한 시민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


50+세대의 미래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