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의 슬기로운 언어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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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편 ‘쓰기’를 이용한 생각 정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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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전적으로 ‘쓰기’ “글 쓰는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을 글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일이며 체험, 상상, 사유한 바를 주제에 맞추어 논리적 문장으로 질서화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 과정에서 생각을 바꾸기도 하고, 정교하게 다듬기도 하며,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쓰기를 통해 의미를 새롭게 깨닫기도 하고 명확하게 정리하기도 한다. 즉, 쓰기는 생각과 느낌을 글로 나타낼 뿐 아니라 고등정신 능력을 단련시키는 도구이다.

이번 편에서는 이와 같은 ‘쓰기’의 특성을 이용해서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을 다룬다.

 

 

 

 

 

 

ㅣ생각을 표현하는 언어능력

 

 언어는 생각을 상징하여 나타낸다. 따라서 말하고 싶은 것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자기 생각을 표현하기 적합한 어휘를 찾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람과 함께 살면서 네발로 기고 ‘야옹’ 소리로 내는 짐승은 ‘고양이’, ‘멍멍’ 소리를 내며 짖으면 ‘개’라는 단어를 떠올려야 한다. 형용사와 동사는 선택의 폭이 더 넓다. 특히 우리말의 형용사 표현력은 매우 다양하고 섬세하다. 같은 꽃이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예쁘다거나 아름답다거나 사랑스럽다거나 귀엽다고 각기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 사고한 것을 정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어휘를 충분히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말하려는 주제에 적합한 단어들을 골라 배열한다.

 

 그다음으로 수집한 어휘를 이용해서 문장을 만든다. 문장을 만들 때는 주어와 동사와 목적어 등 꼭 필요한 문장 요소가 생략되지 않은 완전한 형태의 단문이 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스피치를 목적으로 할 경우 단문을 통해 명확하고 간결하게 의사 표명을 하는 것은 가장 바람직하다. 어휘 하나마다 여러 개의 다양한 문장을 만들어 보자. 예를 들어 ‘차분’이라는 단어를 가지고는 “제 성격은 차분한 편입니다.”, “저는 생각이나 일을 항상 차분하게 합니다.”,“제 친구들은 저를 차분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등 다양한 문장을 만들 수 있고 그 가운데에서 가장 적합한 문장을 골라낼 수 있다.

 

 문장을 만들었으면 그 문장들을 엮어 하나의 완전한 메시지를 만든다. 이때 글의 종류에 적합한 논리 구조를 따라 문장을 배열하고, 상대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적절한 수사법을 사용한다.

 

 

 

 

ㅣ 글쓰기 연습

 

 쓰기를 이용해 생각을 정리하려면 먼저 주제어를 적고 그 아래 생각나는 대로 단어를 써 내려간다. 이때 1분을 정해 놓고 써 내려가다가 시간이 되면 멈춘다. 그리고 휴식을 가진 후 다시 1분 안에 관련 단어들을 써 내려가기를 되풀이한다. 그렇게 관련 어휘와 생각을 모으고 넓혀나간다. 그런 다음 소주제를 분류하고 각 항목에 해당하는 단어들을 나누어 적는다.

 

 다음에는 주제별로 나뉜 어휘들을 이용해서 문장을 만든다. 어휘를 적을 때와 같이 1분 동안 떠오르는 대로 문장을 적어 내려가고, 휴식 후 다시 적기를 반복한다. 그러면 처음에는 몇 개 쓰지 못하겠지만 점차 적을 수 있는 문장이 늘어나게 되고 자기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기에 충분한 문장력도 갖추게 된다. 이런 연습은 노트와 연필, PC나 스마트폰 등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서 할 수 있다. 아래 그림은 PC를 이용한 것으로 예시를 위해 매우 간략히 축약한 것이다. 실제로는 소주제별로 페이지를 나누는 등 더 다양하고 세밀하게 연습하는 것이 좋다.

 

 

 

 

 

 

 글을 구성하는 방법

 

 지금 우리가 ‘쓰기’를 통해 생각을 정리하는 목적은 언어를 통해 우리 생각을 전달함으로써 설득력 있는 소통을 하는 데 있다. 그러므로 글을 구성하는 방식도 상대방의 사고방식과 일치하도록 해야 한다. 바버라 민토는 ‘논리의 기술’에서 인간의 사고방식은 글을 읽거나 말을 들을 때 핵심을 먼저 받아들인 뒤 그와 관련된 구체적 내용을 분류하고 묶어서 받아들인다고 했다. 그러므로 문장 구성을 할 때 핵심을 앞에 두고 부수적인 것들을 거론한 후 더 세부적인 것들을 서술하는 피라미드 모양의 두괄식 배치를 하라고 권한다.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유세환은 서론에서 주제에 맞는 결론을 미리 말하고, 본론에서 이유와 논증을 펼치고, 결론에서는 전체 글의 요약과 결론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소위 다이아몬드식 형식의 구성을 권한다.

 

 어느 것이든 결론을 글 앞에 두면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고 집중하며 글의 내용과 논리를 잘 파악할 수 있다. 물론 모든 말과 문장을 이렇게 구성할 수는 없지만 이런 방식은 논리적 주장이나 설득을 위한 글과 말에서는 매우 유용하고 효과적이다. 대표적으로 뉴스 문장이 이와 같은 방식을 따른다.

 아래 그림은 입사 면접을 준비하는 사람의 자기소개 메시지를 예를 들어 구성해 본 것이다.

 

 

 

 

 

 

ㅣ퇴고의 중요성

 

 글쓰기의 달인들은 거의 예외 없이 쓰기보다 퇴고에 힘쓴다고 한다. 말을 위해 생각을 정리할 목적으로 글을 쓰는 경우도 예외일 수 없다. 적어 놓은 글을 열 번 다시 읽으면 열 번의 고칠 거리를 발견한다. 그러므로 할 수 있는 대로 반복해서 잘못을 수정하고 더 나은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다듬을수록 우리 생각은 깔끔하게 정리되고 곧 말이 될 메시지는 완벽해진다.

 

 

 

 

 

 

ㅣ마지막으로

 

 지금 우리가 쓰기를 이용해서 생각을 정리하는 첫째 목적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고 정교하게 완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이런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생각하는 방법을 발전시키는 등 정신 능력을 단련하는 유익함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풍부한 어휘력을 갖추게 된다. 넓고 깊은 사고를 가장 적합한 언어로 바꾸어 생각의 패턴을 따라 음성으로 표현하는 것이 곧 훌륭한 말이다. 다른 사람에 비해서 이런 과정이 내부적으로 조금 더 수월하게 이루어지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깨달음과 연습을 넘어서는 달변은 없다. 말은 저절로 얻어지는 기능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유창한 말하기를 부러워할 시간에 쓰기를 통해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한결 유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