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공부하러 왔다. 좋은 삶이 무엇인가 묻는다.”

성동50플러스센터, 웰다잉 프로그램 해피엔딩 프로젝트 시동

 

퀴즈. 다음은 무엇일까?

이것은 이미 누구나 맞았거나 맞을 운명이다. 하지만 경험을 한 사람이 조언해줄 수는 없다. 수많은 선택을 할 수 있었던 이라도, 이 선택이 성공하면 다음에는 그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다. 소수를 빼고는 이것은 예고될 수 없다. 이 일은 언제나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 가장 높은 곳, 가장 낮은 곳, 가장 단단한 곳에 숨어도 이를 피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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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은 새로운 시기다. 새로운 배움이 필요하다.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

 

 

무엇보다 중대하지만 거의 논의되지는 않는

그렇다. 죽음이다. 삶에 있어서 죽음만큼 큰 문제나 과제가 있을까? 죽음을 앞둔 많은 이들은 이제껏 귀하게 여겼던 모든 것들에 대해 말한다. 솔로몬 왕은 헛되도다, 헛되도다, 헛되도다하는 말을 남기고 갔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에서 이 문제만큼 덜 이야기해온 주제도 없다. 사람들은 정치에 대해, 음식에 대해, 집과 차와 진학과 취업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죽음을 진지하게 공부하거나 논하지는 않는다. 성동50플러스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이 수업은 다르다. 이 수업은 죽음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성동센터 <인문학과 함께 나를 찾아떠나는 여행> 중 이 수업은 웰다잉 프로그램 <해피엔딩 프로젝트>. ‘웰 다잉을 위한 성찰과 상상이 강의 주제. 유해숙(PH 마중물미디어) 대표와 이현숙(한국방송통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번갈아 맡는다. 6회차. 이 수업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오갈까? 죽음을 준비하는 데는 무엇이 필요한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이해숙 교수의 지난 1018() 강의에 동행하여 이러한 질문에 대한 의견들을 들을 수 있었다.

 

이현숙 교수는 강의를 시작하기 전 ()토론을 수강자들에게 주문했다. “교수님께서 전체적인 설명을 하신 다음 토론하면 더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라는 수강생의 의견도 있었지만, “죽음은 엄연한 자신의 문제이기에 자신의 언어로,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다른 이의 생각도 들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겠다.”라는 것이 이 교수의 믿음이고 신뢰였다. 토론을 시작하기 위해 대략 예닐곱 명씩 마주 앉았다. 조별로 30분의 토론 시간이 주어졌고, 연장시간이 필요할 만큼 활발한 대화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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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는 성동50플러스의 수강생들. 자신의 언어로 각자의 생각을 말한다. 죽음은 나의 문제다.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

 

 

이 정도 나이가 되면 누구나 죽음을 생각하고 있겠죠. 시간이라는 통장이 주어졌다. 그 통장의 잔고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제로가 되면 인생이라는 선의 마지막 점인 죽음에 이른다고 생각한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순간이 되면 반납해도 되지 않을까?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억지로 이어지는 시간은 지양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요즘에 이런 공부를 한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해도 될까? 다른 분들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었다.” - 수강생1

 

저는 이 자리에서 가장 어린 사람이지만, 노인복지관에서 일하면서 이러한 고민도 자주 접할 수 있었고, 지난주까지 뵈었던 분이 갑자기 유명을 달리하시는 것도 경험했다. 또한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시던 어르신께서도 내가 나의 노년에 대한 공부와 준비를 10년만 빨리 시작했더라면 더 나은 모습으로 이 자리에 있을 텐데라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저도 그래서 이 수업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게 됐다. 내가 준비하는 나의 마지막을 공부하러.” - 수강생2

 

히말라야에 갔었던, 액티브하게 살던 분이 계셨다. 죽음을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사셨다. 그런데 임종의 순간, 너무 고통스러워 소리를 지르며 가셨단다. 죽음도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야 자존감을 지키며 갈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딸에게 유언장을 쓴 어느 분 이야기다. ‘애미가 죽음에 임박하여 하는 말 믿지 마라. 지금 말한다. 병원 보내지 마라, 의사 말 믿지 말라, 병원은 그들 시스템대로 하는 거지 나를 위한 게 아니다.’ 자존감의 마지노선은 식사, 용변 등 자기 앞가림을 스스로 할 수 있을 때까지다.” - 수강생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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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사회적 영향을 받는다. 사회를 살펴야할 이유다. 강사들인 유해숙, 이현숙 교수의 공통된 생각이기도 하다.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

 

 

나 조 열심히 놀고 산다. 그래도 아직 모르겠다.

얼마 전 사전연명의료의향서사인을 하러 갔다. 거기서 의사 권한이 크구나 느꼈다. 이번 수업에 참여하면서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을 다시 꺼내어 읽는다. 기쁘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오게 됐다.” -수강생4

 

물건은 다 나누어주었고, 가족과 아이들도 다 책임을 졌다. 그런데 아직 어떻게 죽을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지금은 요일별로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을 다 해본다. 당구를 칠 줄 몰라서 월요일엔 당구를 배운다. 화요일에는 듣고 싶던 강의를 듣는다. 수요일도 여기(성동50플러스센터)에 들렀다가 연극을 배워 강의에도 활용해본다. 목요일에는 트레킹, 금요일은 손녀를 돌보고 토요일은 자유시간을 즐기고, 일요일은 아들가족과 같이 시간을 보낸다.” - 수강생5

 

자신이 사랑하는 것, 감사하는 것을 늘 생각하면서 살면 되지 않을까? 생각을 건전하게 하고 마음이 행복하게 계속 살면 괜찮지 않을까? 삶의 연속이니까. 죽음은 그 다음이고. 그런데 내가 사랑을 주는 방법을 모른다. 그게 속상하다.” - 수강생6

 

이러한 생각을 나누고 시작한 수업시간은 진지했다. 강사는 죽음의 역사를 종으로 횡으로 훑는다. 그리고 목적을 향해 나아간다.

어르신들에게 말씀드리면 주변에 폐 끼치지 않고, 잠자듯 가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죽음엔 많은 문제가 연관돼 있다. 질문이 달라지면 대답이 달라진다. 특히나 우리에겐 그 사회가 죽음을 어떻게 규정하느냐도 영향을 끼친다. 아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우리가 좋은 공동체 안에 살고있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그런 좋은 관계들을 만들어가고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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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많은 참고자료들이 있다. 공부를 통해 우리는 미리 준비할 수 있다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 

 

 

좋은 사회 만들어야 좋은 삶 가능하다. 죽음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다.

이 수업은 죽음의 과정에 대한 실용적 정보를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말하자면, 삶의 방향을 다시 생각해 보는 것. 사회가 준 키워드 금융, 건강, 진학, 진로, 더 좋은 집과 차.’ 이런 정답들 이외에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는 것이라고 강의가 이어진다.

 

우리는 잘 살고자 하는 게 목적이다. 자기 씨앗을 갖고 태어난다. 탁월성이다. 좋은 공동체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탁월성을 드러낼 수 있다. 행복을 추구하고 이루는 데는, 좋은 공동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우정도 필요하다. 과하지 않게 중용을 추구하는 삶. 수단적 행복 말고, 목적 자체인 선, 그건 행복이다. 우리는 그 행복을 추구할 때 잘 죽을 수 있다.”

 

그래서 ()은 됐지만, ()이 안 된 삶을 돌아봐야 한다. 교회에 가지만 예수처럼 살지는 않는 삶. 사랑과 평화를 배웠지만 흉보는 입과 미워하는 가슴. 다이어트를 어찌해야 할지 알지만 그건 내일부터라고 미루는 습관. 앎과 삶이 괴리되는 순간순간이 끝이 없다. 어찌해야 하느냐고? 내가 그러한 줄을 알 것. 성찰하고 반성할 것. 길을 제대로 찾아간 사람들을 다시 배울 것. 배움의 도반들을 만나 서로 밀고 끌어줄 것을 당부하면서 수업이 마무리되었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각자의 뒷모습은 달랐다. 하지만 같은 영혼의 무게를 가졌을 터다. 삶을 묻고 찾는 수요일의 이 수업에서 마음의 파문은 점차 넓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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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교재로 사용된 책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이 수업은 책과 영화와 함께한다.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iskarm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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