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 없이 풍요로운 무대를 꿈꾸는 ‘장군’ 

권오현 나눔연극집단 소풍 대표

 

삶에 특별한 순간을 만드는 50+ 연극 교실 <당신의 무대, 아름다운 커튼콜> 을 이끌어 갈 대표 강사 권오현 님을 만나러 교육사업팀 PM 한나 & 홍보기획팀 PM 산하가 달려갔습니다.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고양시에서 연극으로 놀고 있는 권오현입니다. 함께 연극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장군’으로 불립니다. 연극을 통해 자유로워지고 싶은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 그럼 이제부터 저희도 장군님으로 부르겠습니다. 장군 님은 배우에서 연출자로 또 나눔연극집단 소풍 대표로 다양한 역할을 해오셨는데, 그 변화의 계기가 궁금합니다.

전 연극영화과 출신이 아니에요. 배우가 된 것도 우연이었어요. 예전엔 연극배우들이 학교 앞에서 초대권을 나누어주곤 했는데, 그 때 제가 받은 표로 처음 본 공연이 <당신의 어릿광대는 어디로 갔습니까>였어요. 일상이 무료하던 차에 신선한 충격을 준 공연이었어요.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연극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죠. 

 

연극영화과 진학은 엄두도 못 내고, 학교 연극 동아리에 들어가서 연극을 시작했어요. 졸업과 동시에 서초동 소극장에서 배우 트레이닝 하는 일을 했어요. 거기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아동극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 극단을 만들었고요. 배우에게 20대 후반~30대 초의 나이가 가장 힘든 나이에요. 제작자나 극단에서 배우로 쓰기 부담스러운 나이거든요. 저도 그렇게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아시테지(http://assitejkorea.org/아동청소년 연극 축제) 워크숍을 만났어요. 그때 교육 연극을 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어느덧 여기까지 왔네요. 아이들에게 연극 지도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연출자 역할도 맡게 돼요. 나눔연극집단 소풍의 대표가 된 현실적인 이유는 인건비가 부담스러워서 제가 책임을 지게 되었어요.

 

■ 예전에 아동극 배우로 활동할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1993년, 벌써 25년 전이네요! 그때 군산 KBS홀에서 <헨젤과 그레텔>이라는 작품입니다. 원작에는 나오지 않지만, 헨젤과 그레텔을 꼬셔서 마녀의 집으로 데려오는 여우 역할을 했어요. 제가 키도 크다 보니 주로 악당을 많이 했죠. 엔딩 포즈가 무릎을 꿇고 벌을 서고 꿀밤 맞는 시늉도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아이들 수십 명이 무대로 달려들어 저를 때리기 시작했어요. 선생님들이 말려서 상황이 진정됐는데, 저는 나중에 대기실에서 많이 울었어요. 

알고 보니 제게 달려든 아이들이 보육원에 있었던 아이들이었어요. 헨젤과 그레텔을 부모님과 헤어지게 하고 곤경에 빠트린 여우가 얼마나 밉고 싫었을까.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해가 됐어요.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하네요. 

 

■ 소풍은 ‘소외 없는 풍요로운 세상’이라는 뜻이라고 들었습니다. 연극 무대에서도 그런 세상을 꿈꾸신 것 같습니다. 시민 배우들과 연극을 만드는 어려움이나 가슴 뿌듯했던 일화를 들려주세요.

아무래도 가장 어려운 점은 연극이 생업이 아니고 취미다 보니 쉽게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많아요. 불가피한 일이 생겨서 빠지는 사람들도 꼭 생겨요. 공연 3개월 앞두고 주인공이 빠져서 골머리를 앓았던 적도 있어요. 공연장 섭외도 어려운 일 중 하나죠. 

뿌듯했던 일은 참 많죠. 그래도 하나를 꼽자면 막이 내린 뒤 연극 단원들의 감정이 표출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언제나 즐거워요. 막이 내린 뒤 서로 고마워하고, 위로하고, 북돋아주는 모습을 보는 것. 이건 연극을 해 본 사람들만 알아요. 

 

■ <당신의 무대, 아름다운 커튼콜>에서 꾸릴 연극 무대는 낭독극입니다. 조금 생소한데 낭독극은 무엇인가요?

연극에 대해서 막연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대본을 줄줄 외워야 할 것 같고. 이런 분들과 적정선을 찾기 위해 낭독 공연을 시작했어요. 외워야하는 압박이 없고, 대본을 보고 해도 된다는 파격적인 조건도 가능하죠. 우선 ‘공연’을 한다는 것 자체에 초점을 맞췄어요.

낭독 공연이라고 해도 연습이 필요하고, 발성에 대한 코칭이 필요해요. 낭독극을 한번 하고 나면 연극에 대한 욕구가 자연스럽게 생기게 돼요. 처음엔 낭독극으로 시작했다가 연극 그 자체에 빠져드는 분들도 많아요.

 

■ <당신의 무대, 아름다운 커튼콜>은 서대문 지역의 50+와 청년들이 함께 만드는 세대 공감 프로그램입니다. 이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신가요?

다양한 연령을 모아 연극을 한 적이 있어요. 확실히 나이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속도가 완전히 달라요. 너무 달라서 연령대별로 분리해야 하는지 고민이 컸어요. 하지만 “연령대에서 오는 보이지 않는 교감이 있다, 이게 분명 장점이 될 것”이라는 지인의 조언 덕분에 제 생각이 바뀐 경험이 있습니다, 실제로 무대를 꾸려보니 공연 이후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존경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어요. 

세대 공감은 어른들의 잔소리가 아닌 따스한 도움의 손길이나 모범을 보이는 행동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짧은 시간에 될 문제는 아니지요. 연극을 통해 어른과 청년들이 서로에게 미약하지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게 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 특별히 50+세대에게는 이번 연극 교실이 어떤 경험으로 남게 되길 바라나요? 

아이들 다 키우고, 공허함과 허무함이 많이 느끼는 나이가 50+세대라고 느껴요. 연극 수업을 통해 자기가 어떻게 살았고,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스스로를 돌아봤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이에요. 또 연극의 매력은 자기가 어떤 배역을 맡게 되면, 그 배역에 대해 탐구하면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순간이 와요. 그게 연극의 가장 큰 매력이에요. 수업을 통해서 수강생들도 그런 경험을 함께 느껴 보았으면 합니다.

 

■ 곧 새로운 공연이 무대 위에 올라간다고 들었습니다. 직접 소개해 주세요.

6월 23~24일에 고양 아람누리에서 열리는 아벡(Avec) 극단의 <그날>입니다. 아벡은 백마고등학교 졸업생이 만든 극단 <끼>와 고양시의 어른들이 함께 만든 극단이에요. 어른과 청년들이 함께 5.18을 이야기하는 창작극인데, 5월 ‘그날’에 맞추어 무대에 올리고 싶었는데 대관 문제로 미뤄졌어요. 많이 보러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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