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만나기 좋은 계절, 서대문50플러스센터에서 북 코디네이터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는 50플러스들은 어떤 책을 골랐을까요? 

아래 소개된 책 일부는 서대문50플러스센터 사이도서실에서 대출할 수 있습니다.

제목을+입력하세요+3.jpg

관광객보다는 진짜 여행자이고 싶다

환타지 없는 여행』 전명윤 지음 / 2019/ 사계절

 

세상에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게다가 비행기를 타고 멀리 떠나는 여행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여행 자유화 이전에 학교를 다녔던 세대여서 그런지 늘 여행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고 돈이 모였다 싶으면 어디로 떠나볼까 궁리를 하곤 했었다. 세상에는 가고 싶은 곳도, 보고 싶은 곳도 참 많다. 그렇게 소중하게 다녀온 여행지 목록이 조금씩 채워지고, 냉장고에 붙은 기념품 자석도 점점 늘어나게 되면서 여행의 의미도 조금씩 달라져 간다. 이제는 짧은 일정에 빡빡하게 다니며 유명 관광지를 점찍고 다니는 여행보다는 잘 알려진 곳이 아니더라도 느낌 좋은 그곳에 오래 머무르며 그곳의 일상을 엿보고 싶어진다. 낯선 골목길 풍경, 사람들의 표정과 차림새, 그들의 미소, 동네 사람들이 자주 가는 작은 식당과 빵집과 찻집, 강아지와 고양이,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끼며 일상을 영위할까? 관광객보다는 진짜 여행자이고 싶다.

한편 여행이란 우리가 찾고자 하는 이상향에 대한 환상을 찾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지저분하고 불편하고 보기 흉한 곳으로 일부러 돈을 들여 봉사가 아닌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그 이상향이 유럽일 수도, 미국일 수도, 동남아일 수도, 히말라야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름답고 근사한 경험으로만 그 시간을 채우려 한다. 그러나 우리가 쏙쏙 뽑아 걸러 본 그 보기 좋은 것들만이 그곳의 실체는 아닐 것이다.

저자 환타는 인도, 홍콩, 중국, 오키나와에 관한 여행 가이드북을 쓴 여행전문가이다. 그의 필명 환타는 환상타파의 줄임말이다. 아주 딱 맞는 필명이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이 가이드북을 집필하면서 현실(출판시장)과 타협해야 하는 상황과 피할 수 없는 딜레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인도, 중국, 홍콩, 마카오, 오키나와에 대해 이야기한다. 멋진 관광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잘 몰랐던 그들의 어두운 역사와 정치적 현실, 그리고 현재의 모습을 잘 엮어 명쾌하고 재치 있게 풀어냈다. 그의 냉소적인 유머도 이 책의 매력이다. 아주 재미있다.

앞으로도 또 몇 번의 여행 기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여행들은 지금까지의 여행과는 조금은 다를 수 있겠다 싶다. 조금 더 깊은 여행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저자가 맨 마지막에 붙인 말에 울림이 있다.

 

“... 그러나 천국이나 이상향 따위는 없었다. 모든 나라의 백성과 시민은 자신들이 지난 시대와 싸워 쟁취한 만큼의 국가에서 살고 있다. 그 어느 곳에도 스스로 얻어낸 것보다 더 큰 자유와 기회를 주는 나라는 없다. 만약 당신이 지금 여기에는 없는 유토피아를 다른 어딘가에서 발견했다고 느낀다면 그곳의 현재에 머물지 말고 더 깊이, 그리고 더 멀리까지 들여다보라... 시선이 닿은 그곳이 당신의 일상을 다시 시작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_환타지 없는 여행』 중에서.”

여행과 일상을 연결하는 튼튼한 다리를 놓아주는 말이다.

글 최정윤 북 코디네이터


제목을+입력하세요+(12).jpg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자기 앞의 에밀 아자르 지음 / 2023/ 문학동네 펴냄

 

나는 이 책을 대학시절 읽고 인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었다. 서가에서 이 책을 찾아냈을 땐 오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꺼내 들었다.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는가?’

하는 질문들을 해보는데 이 책의 어린 주인공 모모도 이 질문을 계속하고 있다.

창녀의 아이들을 맡아 돌보면서 살아가는 로자 아줌마를 향한 모모의 사랑은 로자의 모모를 향한 사랑 그 이상이었다.

바보 같은 소리 그 만하세요. 내가 아줌마를 버리는 일은 없을 거예요. 내가 그렇게 나쁜 녀석은 아니라구요.”

모모는 기꺼이 자신의 보호자가 되어준 로자의 보호자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녀의 생의 마지막까지 곁을 지켰던 것이다.

모모가 살아가는 비숑 거리는 삶의 무게를 지고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들이 함께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터이다. 그 속에서 부모의 행방을 알수 없는 어린 모모의 마음에 상처도 주지만 모모는 나름 삶을 살아내는 방법을 터득한다. 우리는 자신의 방식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조종하려고 하지만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에게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다. 묵묵히 기다려주고 바라봐 주는 것으로 나는 물론 나의 이웃도 더 성장하고 성숙해져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된다.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책의 처음 부분과 마지막 부분에서 똑같은 질문이 나온다. 결론은 우리 모두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랑할 대상이 있든지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든지 우린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고 사랑이 우리를 살리고 있는 것이다. 생명처럼.

로자의 마지막 안식처인 이스라엘은 엘리베이터 없는 아파트 컴컴한 지하실이었다. 모모의 마지막 외침도 사랑해야 한다였다.

무너지고 있는 세상을 다시 일으킬 힘이 무엇인가?

세상을 좀 더 맑게 밝히고 따뜻하게 만들 힘은 사랑에서 시작된다. 사랑은 요란스럽지 않고 잔잔하고 포근하다. 거짓이 없고 함께하는 것이다. 사랑할 수도, 사랑받을 수도 없다고 낙심하지 않고 내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작은 아이의 마음을 통해 가슴 따뜻한 사랑의 의미를 다시 찾게 된다. 가을날 한 권의 책으로 젊은 날을 추억하고 세상을 사랑할 힘을 내어본다.

글 정기숙 북 코디네이터


제목을+입력하세요+4.jpg

떠나지 않고도 여행할 수 있기 위하여 

여행 없는 여행/ 마고 캐런 지음 / 2020/ 가지

 

여행 없는 여행은 어떤 여행일까?

제목만으로도 궁금해서 책에 손이 가는 책이다.

작가는 20년 이상을 60여 곳을 여행자로 또 관광 마케나로 열심히 돌아다닌 사람이다. 여행이 삶이고 삶이 곧 여행이었던 사람이다.

이름만 보고는 외국인인가 했는데 아니다, 여행을 하면서 오랫동안 사용해온 이름이다. 1971년생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여성이다. 작가는 건강에 자신 있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받은 건강검진에서 혹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수술을 권유하는 의사의 말에 정밀검사 날짜를 예약하려다 예약 대신 인도 여행 항공권을 예약한다. 작가에게 여행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나에게 여행이란? 이렇게 과거로 떠날 수 있는 현재의 시간이기도 하다

떠나지 않아도 여행을 할 수 있다고, 결국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라고 작가는 이 책에서 말한다. 문득문득 지난 여행에서 만난 장소와 느낌을 회상한다.

여행은 돌아올 곳이 있을 때 하는 거라고 하던가. 나도 공감한는 말이다.

난 여행을 가면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아니 꼭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때의 풍경, 또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 여행의 설렘과 시간을 남기고 싶다.

시간이 흐른 뒤 그 사진들을 볼 때면 그때의 내가 되는 것 같아서 행복하다.

삶 자체가 여행이었던 작가는 보이스 피싱으로, 경제적인 손해를 보고 여행을 못 가게 되면서 제주 바다를 보며 아이슬란드를 떠올린다. 문득 계단에 앉아 인생을 이야기한다.

 

사람의 인생에도 계단이 있다. 우리는 오르고 싶지 않아도 올라가야 한다.

나의 길은 고속도로보다 비포장도로이거나 오솔길일 때가 많았다.

차라리 잘 깎이고 매끈하게 다듬어진 계단이라면 좋겠다.

사는 건 다리는 아프고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픈 일이다.

계단을 오를 때는 아픈지도 모르고 올라간다.

중간쯤에서 숨을 헉헉 쉬다가 두리번거린다.

내 인생의 계단은 내가 만들고 높이도 내가 정하고 멈추는 것도

내 힘으로 하고 싶다.

남보다 자신을 보면서 가야 한다. 음악을 짧게 끊어주는 스타카토처럼 내 인생의 계단에도 가끔 쉼표가 필요하다._여행 없는 여행』 중에서.”

마고 캐런 작가는 이 책에서 전정한 여행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떠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여행, 천상병 시인의 귀천에서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던.

나도 이제 여행 없는 여행, 꼭 떠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거 같다. 10월 가을은 울긋불긋 단풍으로 전국이 물들 것이다. 단풍여행으로 고속도로가 막히고 여행객으로 전국이 붐비는 계절이 오고 있다.

난 올해는 시끄럽고 분주한 여행 대신 진정한 나를 돌아보고 지난 여행들을 회상하는 진정한 여행을 떠나보려 한다.

여행 가고 싶은 계절, 여러 사정으로 떠나지 못하는 분들에게 이 한 권의 책을 추천해 보고 싶습니다

글 온새미로 북 코디네이터

 

제목을+입력하세요+1.jpg

모든 것은 지나간다 

인간 실격다자이 오사무 지음 / 2022/ 민음사

 

나는 그 사나이의 사진을 석 장 본 적이 있다로 이 소설은 시작되고 있다. 한 장은 사나이의 유년 시절로 웃지 않는데 웃고 있는 그러나 꾸민 듯한 웃음, 두 번째 사진은 고교 또는 대학시절인지 분명치 않지만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능란한 미소, 세 번째 사진은 나이를 짐작할 수 없을 정도의 모습으로 이번에는 웃지 않을뿐더러 아무 표정 없이 화로를 쪼이다 그냥 그대로 죽어간 것 같은 기묘한 모습의 사진. 사진을 통해 그에 대한 안내를 하고 있는 서문을 읽어 내려가며 나는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덕분에 지하철을 타고 가다 목적지를 지나쳐 다시 돌아와야 했지만 사진 속의 그 사나이 요조가 왜 그런 사진을 남겼는지 그의 삶이 궁금해 요조의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수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요조는 세상 사람들이 이기적으로 행동하며 절망과 좌절 없이 정치를 논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회의 없이 편하게 살아가는 걸 보며 자기 혼자 별난 놈인 것 같은 불안에 휩싸였다. 자신의 가족과 주변 사람은 물론 술과 담배, 창녀와 좌익 사상을 가르쳐 준 호리키조차 이해타산과 체면을 중시하는 모습 속에서 이방인처럼 적응하지 못하며 원초적 불안감에, 그 불안감을 들키고 싶지 않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자신을 둘러싼 환경으로부터 체득한 불신과 불안, 공포가 어느덧 스멀스멀 자리 잡자 자신을 온통 익살이라는 위선으로 포장하며 살아가는 불편은 얼마나 고통이었을까?

합법과 양지, 승자를 갈구하는 인간 세상에서 요조는 오히려 비합법, 음지, 비참한 패자에게 더 다정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사회주의 운동도 하며 음지의 여성들에게 자신을 맡겼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아내인 요시코가 겁탈당하는 모습을 본 후로 알콜 중독에 빠지고 거기서 헤어 나오기 위해 모르핀 중독에 빠져 결국 정신병원에 감금되고 만다.

인간 실격.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된 자신을 뒤돌아 볼 무렵 그립고도 무서웠던 아버지의 사망 소식은 요조를 의욕 상실에 빠뜨렸으며, 고뇌하는 능력까지 상실하게 만들었다. 진정한 폐인이 된 것이다. 폐인을 희극명사라고 말하는 요조의 말에서 생에 대한 모든 의미를 상실한 무간지옥을 느꼈다. 요조가 인간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처럼 느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이다. 행복과 불행도 없이 그저 살아지는 삶을 살며, ‘모든 것은 지나갈 뿐입니다라고 되뇌이는 요조의 백발이 성성한 모습에 1984속 윈스턴의 마지막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가슴 먹먹해졌다. 이때 요조는 겨우 스물일곱이었다.

이기적이며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세상에 어떻게든 융화하려 했던 요조가 맛본 것은 배반과 패배였고 인간 실격이었다. 세상에 대해 고뇌하고 무엇이 진리인지 고민하며 떳떳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많은 세상. 그런 사람을 존중하는 문화가 더욱 뿌리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조미례 북 코디네이터

 

제목을+입력하세요+2.jpg

뜻 없이 일어나는 일이 있을까

이국에서이승우 지음 / 2022/ 은행나무

 

뜻 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

정치의 한복판에서 주군(보스)을 보필하던 황선호는 선거의 전략상 없는 사람이 되어 지도상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보보 민주공화국으로 유배 아닌 유배를 당한다. 그가 유배를 자청한 도시는 돌아가신 그의 어머니가 남긴 항공우편에 적힌 주소였고 그곳은 그의 생부가 수도자적 인생을 살다가 마감한 장소였다. 고국에서 자행된 무자비한 살육에 본의 아니게 동참했던 그의 생부는 그 기억을 떨치지 못한 채 평생 다른 나라를 떠돌다 보보에서 자연과 더불어 친구들의 집이라는 공동체를 이루고 산다. 그러나 그곳 역시 정치적인 명분으로 파괴되고 그의 생부는 친구들의 집에서 삶을 마감한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생부와 비슷한 길을 걷게 된 황선호.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정치적 전략상 다시 자신을 회수하기 위해 친구들의 집을 찾아온, 얼굴은 알지만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과거의 동료들을 돌려보내고 원하는 일을 하고자 친구들의 집에 남는다.

사람의 기억은 참 오묘하다. 때로 박혀있다고 생각하는 기억들이 전혀 생각나지 않을 때도 있고 스쳐 지나간 단편적인 기억들이 사진처럼 선명하게 떠오르기도 한다.

정치판에서 동거동락 했던 동료의 이름조차 기억 저편으로 던져버린 그에게 어머니의 유품인 편지에서 스쳐간 보보라는 도시는 그래서 신비한 힘으로 다가올 수 있었을까. 아니면 부정할 수 없는 핏줄로의 당김이었을까. 아니면 옳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이기기 위한 일을 하는 정치라는 거대집단에서 염증을 느껴 도피처를 찾고 있었기 때문일까.

건널목을 건너 안식처를 찾은 그는 결과적으로 생부가 살던 삶을 이어받게 된다. 그의 아버지도 맛보았을 정원 한구석의 보보체리 나무 열매를 어루만지고 수확하면서그렇게 뜻 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었던 것이다.

글 황은아 북 코디네이터


☞사이도서실 등록 도서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