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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통매듭 보조강사로 활동 중인 60대 남성이다. 전통 매듭 강사인 아내가 2022년 서대문50플러스센터에서 남성들을 위한 매듭을 가르치게 되었다면서 나에게도 수강 신청을 하라고 했다. 그동안 나는 아내가 매듭 강의를 하러 갈 때 도구, 재료 등이 담긴 가방을 들어 주고 수업 장소까지 운전해주는 역할을 했다.

매듭은 여성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내가 강의하는 시간에 외부에서 기다리는 동안 스마트 폰을 보거나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서대문50플러스센터에서 아내의 수강생이 되어 처음부터 끝까지 2시간 동안 진지하게 매듭을 배워보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서대문50플러스센터에서 전통 매듭 강사로 선정되고 나서 아내는 다소 흥분되어 있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담당자가 남성들만을 위한 매듭 수업(커리큘럼)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프로그램을 뭐로 할까 행복한 고민 중이라고 했다.

사실 매듭은 주로 여성들의 매듭 팔찌, 매듭 목걸이, 매듭 브로치 등 액세서리가 주된 수업 내용이었다. 그런데 남성들에게 필요한 매듭(소품)을 살짝 고민하던 아내는 마스크 줄과 책갈피, 안경 줄 등을 가르치는 것으로 결정하고 남성인 내가 잘 따라 하는지, 그리고 2시간 이내에 완성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늦은 밤까지 나를 실습 대상으로 하여 열정을 보이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드디어 수업 시작 첫날이 왔다. 아내는 전통매듭에 대한 이론 수업으로 시작했다. 전통매듭은 옛 어른들의 지혜가 담긴 것으로 38가지 매듭 기법이 있으며 매듭 실의 굵기도 다양하고 색깔 또한 70가지 이상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표현할 수 있겠다 싶어 사계절 매듭이라는 브랜드도 갖게 되었다며 술술 설명하는 아내가 대견했다. 매듭은 손의 언어이자 마음의 꽃이라 불리고 있으며, 양손을 사용하고 집중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퇴직 후에 나는 취미생활로 당구를 배우기 시작한 지 2년 정도 되어간다. 당구와 매듭의 공통점은 집중력과 반복 연습이다. 그날그날 작품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첫 시간에 만든 마스크 줄을 다음 수업 시간에 자랑삼아 착용하고 왔고, 두 번째 책갈피 작품은 한 손에 든 소설책 사이에 멋스럽게 끼워져 있었으며, 세 번째 수업에 만든 안경 줄은 돋보기에 또는 선글라스에 사용되고 있다. 덤으로 걱정 인형 키링도 가르쳐 주었는데 평매듭을 배우는 시간에 어떤 분이 걱정 인형을 만들 때 평매듭 시작 위치를 잘못 이해해서 어깨에 붙어 있어야 할 팔이 허리에 붙어 있어 모두가 한바탕 웃었던 시간이 기억에 남는다.

 

이렇듯 전통매듭이 실용적인 액세서리 소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니 이제는 더 많은 사람이 매듭을 배울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남성들을 위한 매듭 수업을 듣고 보니 매듭은 여성들만이 만드는 것이라는 편견이 사라졌다. 많은 남성이 이러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 손재주 좋은 누군가는 매듭 장인으로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듭에 자신감을 얻은 나는 거의 1:1처럼 수업해야 하는 아내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 후부터 기초 매듭(도래, 외도래, 생쪽, 연봉, 동심결, 가락지, 잠자리, 평매듭)을 차근차근 배워 지금은 어엿한 보조강사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것이 모두 서대문50플러스센터 덕분이다. 그리고 남성들을 위한 실용 매듭을 강의해달라고 요청한 담당자 덕분이기도 하다.

 

요즘 오른쪽 손목에 전통매듭 팔찌를 착용하고 다니다 예쁘다고 하면 선물해 주는 것이 나의 일상이 되었다. 지금은 전통매듭 부부 강사가 되어 함께 매듭을 엮으니 우리 부부 사랑도 두 배가 된 듯하다. 서대문50플러스센터는 행복한 나의 인생 이모작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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