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50플러스센터] 환경은 거창하지 않았다한땀공방의 작은 기적

 

- 서대문50플러스센터 리본팀, 자원순환과 탄소중립을 잇는 시민 실천 모델 제시


 

기후 위기와 탄소중립이 전 세계적 과제가 된 시대다. 정부와 기업은 수천억 원 규모의 친환경 정책과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환경을 바꾸는 힘은 우리 일상 속 작은 실천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서울 서대문50플러스센터(센터장 변재준) 지역자원순환실천단 내 리본(Re:Born)의 활동은 이를 잘 보여준다.

 

한땀공방에서 만난 단원들은 오늘도 버려진 폐현수막을 자르고, 재단하고, 재봉틀을 돌리며 에코백을 만들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폐기물에 불과한 현수막이지만, 이들의 손끝에서는 새로운 가치를 지닌 생활용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환경 전문가들은 이러한 활동을 단순한 재활용이 아니라 업사이클링(Upcycling)’, 즉 폐기물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순환경제 실천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연간 수천 톤 발생하는 폐현수막, 새로운 해법을 찾다

 

우리나라에서는 선거, 축제, 각종 행사와 광고로 인해 매년 막대한 양의 현수막이 사용된다.

현수막 대부분은 PVC(폴리염화비닐) 소재로 제작된다. 내구성이 뛰어나고 방수 기능이 우수하지만 자연분해가 거의 되지 않아 폐기 과정에서 환경 부담이 크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현수막은 연간 수천 톤 규모에 이르며, 상당수는 소각 처리된다. 문제는 PVC를 소각할 경우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염소계 화합물과 미세먼지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리본팀이 선택한 방법은 단순했다.

버리지 말고 다시 쓰자.”

이들은 폐현수막을 수거해 장바구니용 에코백과 생활용 가방으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에코백 하나가 만드는 환경 효과

 

전문가들은 폐현수막 업사이클링이 생각보다 큰 환경적 가치를 가진다고 설명한다.

 

첫째, 폐기물 감량 효과다.

현수막을 소각하지 않고 재사용할 경우 폐기물 발생량 자체가 줄어든다. 특히 현수막은 부피가 크고 재활용률이 낮은 품목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재사용 효과가 더욱 크다.

 

둘째, 탄소배출 저감 효과가 크다.

새로운 가방을 생산하려면 원료 생산, 제조, 운송 과정에서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반면 폐현수막을 활용한 에코백은 기존 소재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환경경제학에서는 이를 내재탄소(Embodied Carbon)’ 절감 효과라고 부른다.


 

셋째, 플라스틱 사용 저감 효과다.

리본팀이 제작한 에코백은 시장이나 장보기 활동에서 반복 사용이 가능하다. 한 개의 에코백이 수십~수백 개의 비닐봉투 사용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활 속 플라스틱 감축 효과도 기대된다.

 

넷째, 환경 인식 개선 효과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 부분을 가장 큰 가치로 꼽는다. 시민이 직접 만든 에코백을 사용하면서 자원순환의 의미를 체감하게 되고, 환경문제를 자신의 생활 속 문제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 땀 한 땀, 자원순환을 꿰매다

 

리본팀의 작업은 생각보다 훨씬 정교하다.

폐현수막을 세척하고 재단한 뒤 재봉선을 그려 봉제한다. 바닥을 입체적으로 만들고 손잡이를 연결한 뒤 다림질과 마감 작업까지 거쳐야 비로서 하나의 에코백이 완성된다.

 

작업 과정은 쉽지 않다. 현수막 특유의 냄새와 잉크 자국, 두꺼운 재질 때문에 손목과 손가락에 무리가 간다. 단원들은 환기를 철저히 하고 공기청정기와 마스크, 앞치마를 착용한 상태에서 작업을 이어간다. 한 단원은

재봉 작업이 끝나면 손이 굳을 정도로 힘들지만, 버려질 현수막이 시민들에게 유용한 가방으로 다시 쓰이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확인한 시민들의 반응

 

리본팀이 제작한 에코백은 이미 지역사회에서 활용되고 있다.

지난 526일 망원시장에서 열린 용용캠페인에서는 시민과 상인들에게 60개의 에코백이 전달됐다.

 

에코백을 받은 시민들은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환경 메시지가 담긴 물건이라는 점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게 폐현수막으로 만든 가방이라고요?”

버려질 물건이 이렇게 예쁜 가방이 되다니 놀랍네요.”

이 같은 반응은 리본팀에게 가장 큰 보상이 된다.

 

작은 실천이 큰 변화를 만든다

 

서대문50플러스센터 센터장은

환경문제는 더 이상 전문가나 행정기관만의 과제가 아닙니다.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실천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변화가 가능합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서는

앞으로는 폐현수막뿐 아니라 폐섬유, 폐의류 등 다양한 자원을 활용한 자원순환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순환경제 모델을 구축해 서대문구를 대표하는 환경실천 사례로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라고 밝혔다.


 

리본팀을 기획한 매니저는 이번 활동의 의미를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선 시민 실천 운동으로 설명했다.

현재 국제사회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에너지 위기, 기후변화라는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지역에서 버려지는 자원을 지역 안에서 다시 활용하는 순환경제가 중요합니다.” 그는 이어

폐현수막 에코백은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는 활동이 아니라 에너지 절약, 탄소 감축, 자원순환을 동시에 실천하는 환경교육의 현장입니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면서 환경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게 된다는 점이 가장 큰 의미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기자의 시선

 

기후 위기 시대의 환경정책은 거대한 담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탄소중립, 순환경제라는 거창한 용어도 결국은 시민들의 생활 속 실천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서대문50플러스센터 한땀공방에서 울려 퍼지는 재봉틀 소리는 단순한 봉제 작업의 소리가 아니다. 그것은 버려질 자원을 다시 살리고, 폐기물을 자원으로 전환하며, 환경을 생각하는 시민의식을 한 땀 한 땀 이어가는 소리다.

 

폐현수막이 에코백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은 작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작은 변화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향한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첫걸음일지도 모른다.

환경은 거창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손끝에서 시작된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꾸고 있었다.


-지역자원순환실천단 활동가 성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