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전은 쓰레기가 아니라 도시의 자원지역자원순환실천단, 도시광산 현장을 가다

서대문구50플러스센터 지역자원순환실천단 34, 서울도시금속회수센터 탐방

폐가전 수거·선별·분해·자원화 과정 확인시설 현대화와 함께 소비문화 변화 필요

 

 

서대문50플러스센터(센터장 변재준) 지역자원순환실천단(이하 실천단) 34명이 76일 서울도시금속회수센터(SR센터)를 찾아 폐전기·전자제품이 새로운 자원으로 재탄생하는 자원순환 현장을 살펴봤다.

 

이번 탐방은 지역사회에서 자원순환 실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실천단원들이 폐가전제품의 수거부터 선별, 분해, 자원화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직접 확인하고, 자원순환 정책의 중요성과 시민의 역할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서울도시금속회수센터(SR센터)는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발생하는 중소형 폐전기·전자제품과 폐휴대전화, 폐사무기기 등을 수거해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서울시의 대표적인 자원순환 시설이다. 서울시는 소형 폐가전제품의 적정한 처리와 도시광산 사업 추진을 위해 2009SR센터를 설립했다. 현재 사회적기업 에코시티서울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이날 실천단원들은 먼저 SR센터의 설립 목적과 폐가전 재활용 과정, 도시광산의 개념 등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선풍기, 청소기, 컴퓨터, 휴대전화, 노트북, 전자레인지 등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전기·전자제품은 수명이 다하면 폐기물로 배출된다. 그러나 이들 제품 속에는 철과 구리, 알루미늄, 플라스틱, 인쇄회로기판 등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자원이 포함돼 있다.

 

이처럼 도시에서 버려지는 제품에서 유용한 금속자원을 회수한다는 의미에서 폐가전 재활용 산업은 도시광산으로 불린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핵심광물 확보 경쟁과 공급망 불안이 심화되면서 폐전기·전자제품에서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도시광산 산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폐가전제품 재활용은 단순히 쓰레기를 처리하는 차원을 넘어 천연자원 채굴을 줄이고,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을 낮추는 자원순환경제의 핵심 분야로 평가받는다. 교육을 마친 실천단원들은 폐자판을 활용해 냉장고에 붙이는 자석을 만드는 새활용 체험에도 참여했다.


 

평소 사용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던 폐자판이 새로운 생활용품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면서 버려지는 물건도 아이디어와 실천에 따라 새로운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자원순환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어 비가 오는 상황에서도 실천단원들은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폐가전제품의 실제 처리 현장을 둘러봤다. 서울시 각 자치구에서 수거된 폐가전제품은 SR센터로 운반된 뒤 수거, 선별, 분류·해체, 자원화 과정을 거친다.

 

제품 종류에 따라 선별된 폐가전은 작업장에서 분해와 절단 과정을 거쳐 고철, 구리, 알루미늄, 플라스틱, 인쇄회로기판 등 재질별로 분리된다. 회수된 자원은 다시 산업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원료로 판매돼 자원순환 체계로 돌아간다.

 


실천단원들은 현장을 둘러보며 평소 무심코 버렸던 작은 전자제품 하나가 새로운 자원으로 재탄생하기까지 많은 과정과 노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동시에 증가하는 폐가전제품을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시설의 현대화와 자동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폐전기·전자제품은 제품의 크기와 구조, 재질이 서로 달라 모든 공정을 자동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로봇, 자동선별 기술 등을 활용한 시설 현대화는 작업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폐자원의 회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과제다.

 


SR센터의 폐가전 처리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제공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처리량은 4,806t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의 확대와 폐가전 수거체계 개선 등에 따라 향후 처리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SR센터 현대화 사업이 완료되면 연간 처리능력은 현재 약 5,000t에서 약 7,800t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날 탐방에서 실천단원들이 주목한 것은 자원순환 시설과 기술의 발전만이 아니었다. 아무리 뛰어난 재활용 기술과 처리시설을 갖추더라도 시민들이 필요 이상의 제품을 구매하고 쉽게 버리는 소비생활을 계속한다면 폐기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원순환 정책의 출발점은 폐기물을 잘 처리하는 것에 앞서 폐기물 발생 자체를 줄이는 데 있어야 한다. 필요한 제품만 구매하고, 한 번 구입한 제품은 가능한 오래 사용하며, 고장 난 제품은 수리해 다시 사용하고,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때 올바른 방법으로 배출하는 시민의 생활문화가 중요하다.

 

최근에는 이러한 관점에서 소비자가 제품을 쉽게 수리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결국 자원순환 사회로의 전환은 좋은 재활용 시설을 만드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제품의 생산단계에서는 오래 사용할 수 있고 쉽게 수리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유통과 소비단계에서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며, 폐기단계에서는 최대한 많은 자원을 회수하는 전 과정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번 탐방은 실천단이 폐가전 재활용 시설을 견학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생산과 소비, 폐기 시스템 전체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 실천단이 이번 현장 경험을 서대문구 지역사회 활동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도 주목된다.

 

지역 내 소형 폐가전의 올바른 배출 방법을 알리고, 가정에 방치된 폐휴대전화와 소형 전자제품의 수거를 활성화하며, ‘필요한 것만 사고 오래 사용하기와 같은 자원순환 생활문화를 확산하는 것은 지역자원순환실천단이 담당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다.

 

실천단 관계자는 이번 탐방을 통해 우리가 무심코 버리는 작은 전자제품 하나도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앞으로 서대문구 지역사회에서도 필요한 것만 소비하고, 오래 사용하고, 올바르게 배출하는 자원순환 문화를 확산하는 데 실천단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기후위기와 자원 부족 시대에 폐가전제품은 더 이상 버려지는 쓰레기가 아니다. 도시 안에 축적된 또 하나의 자원이다. 그러나 도시광산에서 아무리 많은 자원을 회수하더라도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사고 버리는 소비문화가 계속된다면 자원순환 사회로의 전환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가장 좋은 폐기물 정책은 폐기물을 잘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폐기물을 적게 만드는 것이다.”

 

서울도시금속회수센터를 찾은 실천단의 이번 탐방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떤 자원순환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작은 현장이었다. 시설의 현대화와 기술혁신, 생산자의 책임, 시민의 올바른 분리배출, 그리고 필요한 것만 소비하고 오래 사용하는 생활문화가 함께할 때 비로서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

[지역자원순환실천단 활동가_성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