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50플러스센터] “나무 한 그루의 위치까지 기록한다홍제천 생태지도 구축 나선 시민들

 

- 홍제천실천단·교육홍보팀, 홍지문~홍전교 상류구간 목본 모니터링 실시

- 수종·개체 수·위치 좌표 체계적 기록시민 참여형 생태조사에서 생물다양성 관리 정책자료 구축으로

 


 홍제천을 단순한 산책로와 친수공간이 아닌 살아 있는 생태공간으로 기록하고 보전하기 위한 시민들의 현장 조사가 시작됐다. 서대문50플러스센터 지역자원순환실천단 소속 홍제천실천단’(이하 홍실단)과 교육홍보팀은 79일 홍제천 상류지역인 홍지문에서 홍전교에 이르는 구간을 대상으로 목본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홍제천에 분포하는 나무의 종류와 개체수, 위치 등을 체계적으로 조사해 향후 홍제천 생태지도를 구축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단순히 나무 이름을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수종 분포와 생태적 다양성을 조사하고, 장기적으로 홍제천의 생태복원과 관리 정책에 활용할 수 있는 시민 참여형 생태조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날 활동에는 홍실단 단원들과 교육홍보팀이 함께 참여했다. 장맛비가 예보돼 활동 여부가 불투명했으나 오전에는 흐린 날씨가 이어지면서 예정대로 모니터링이 진행됐다.

 

사진·식별·기록·온라인 데이터 구축까지 역할 세분화

 

본격적인 조사에 앞서 이광호 홍실단 대표는 단원들에게 조사 목적과 진행 방법을 설명하고 역할을 분담했다. 나무 이름표 부착을 위한 사진 촬영은 방영희·임영신 단원이 맡았으며, 수종 판별은 서미영 단원과 이광호 대표가 담당했다. 홍명숙·김선영 단원은 홍제천 좌·우측의 목본 조사 기록을 담당하고, 김영희·김선희 단원은 조사 결과를 네이처링에 올리는 역할을 맡았다. 나머지 단원들은 현장 활동 모습을 촬영하는 동시에 홍제천 주변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줍깅 활동을 병행했다.


 

이처럼 조사·기록·촬영·데이터화·환경정화로 역할을 세분화한 것은 시민 참여형 생태 모니터링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로 평가된다. 이날 조사에서는 나무의 이름과 개체수뿐 아니라 조사 지점과 위도·경도까지 함께 기록했다. 동일한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조사할 경우 수목의 성장과 훼손 여부, 수종 변화 등을 장기적으로 비교·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표는 홍제천 생태지도어떤 나무가 어디에 사는지 알아야 한다

 

현장에서 한 단원이 이번 모니터링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무엇인지 묻자 이광호 대표는 홍제천 생태지도 구축을 첫 번째 목표로 제시했다. 이 대표는 홍제천 어느 지역에 어떤 나무가 있고, 어느 정도 분포하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것이 중요하다특정 구간에 한 종류의 나무가 지나치게 집중돼 있는지, 다양한 수종이 고르게 분포하고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사 결과를 축적하면 앞으로 새로운 나무를 심거나 생태환경을 개선할 때 어떤 수종을 보완해야 하는지도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목본 모니터링 자료는 궁극적으로 홍제천의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시민 모니터링이 단순한 자연 관찰 활동을 넘어 도시하천의 생태적 건강성을 진단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도시하천의 수목은 그늘과 경관을 제공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조류와 곤충에게 서식처와 먹이를 제공하고, 토양 유실을 방지하며, 탄소를 흡수하고 도시의 열환경을 완화하는 등 다양한 생태계서비스 기능을 수행한다. 따라서 어느 지역에 어떤 나무가 얼마나 분포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도시 생물다양성 관리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줄기··열매 살피며 수종 하나하나 기록

 

단원들은 홍지문에서 출발해 하천을 따라 이동하며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수목을 발견하면 잎과 줄기, 꽃과 열매의 형태를 관찰해 수종을 판별했다.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나무는 쌍안경 등을 활용해 세밀하게 살폈다. 수종을 확인한 뒤에는 개체수를 조사하고 해당 지점의 위도와 경도를 측정해 기록지에 남겼다.





 

이날 조사된 목본은 누리장나무를 비롯해 느티나무, 수양버드나무, 버드나무, 양버즘나무, 산딸나무, 오동나무, 개오동나무, 개가죽나무, 가죽나무, 고욤나무, 산뽕나무, 뽕나무, 스트로브잣나무, 이팝나무, 모감주나무, 매실나무, 벚나무, 무궁화, 쥐똥나무, 개복숭아, 산수유, 팽나무, 단풍나무, 아까시나무, 수수꽃다리, 은사시나무, 광대싸리 등 다양했다.









특히 조사기록지에는 일부 수종이 여러 개체 또는 군락 형태로 분포하고 있는 모습도 기록돼 향후 구간별 수종 구성과 우점도(식물 군락 내에서 각각의 종이 어느 정도 우세한가를 나타내는 수치) 등을 분석할 수 있는 자료가 되었다.

 

시민 모니터링, ‘관찰에서 데이터 기반 생태관리로 발전해야

 

이번 조사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시민들이 직접 홍제천의 자연환경을 조사하고 이를 데이터로 축적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그동안 시민 환경 활동은 하천 정화나 쓰레기 수거, 생태교란식물 제거와 같은 실천 활동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생태복원을 위해서는 현장의 변화를 장기간 기록하고 객관적인 자료로 축적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이번 목본 모니터링처럼 수종, 개체수, 위치 좌표를 지속적으로 기록하면 향후 구간별 수종 다양성 분석은 물론 특정 수종의 과도한 확산 여부, 외래수종 분포, 수목 훼손과 고사, 신규 식재 필요 지역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 홍실단이 그동안 진행해 온 도롱뇽 등 양서류 모니터링, 생태교란식물 조사, 수질 및 비점오염원 조사 등이 연계된다면 홍제천의 생태환경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시민 주도의 생태정보 체계로 발전할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는 조사 방법과 수종 판별 기준을 표준화하고 동일 지점을 정기적으로 반복 조사하는 고정 조사구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시민들이 수집한 자료에 전문가의 검증과 행정의 지원이 더해진다면 홍제천 생태지도는 단순한 시민활동 결과물이 아니라 서대문구의 생태복원과 도시환경 정책 수립에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수 있다.

 

옥천암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생태보전은 시민의식에서 시작

 

모니터링이 진행되던 중 옥천암 인근에서는 또 다른 환경문제가 발견됐다. 사람들의 접근이 많지 않은 장소 곳곳에 각종 생활쓰레기가 버려져 있었던 것이다. 이를 발견한 노병호 단원은 조사 활동을 잠시 멈추고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했다. 홍제천을 건강한 생태하천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행정의 관리와 시민단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하천에 버려진 작은 쓰레기 하나도 장맛비에 쓸려 내려가면 수질을 오염시키고 하천과 한강을 거쳐 더 넓은 수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름다운 하천을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은 자연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스스로 환경을 지키는 것이다. 다양한 풀과 나무가 자라고, 새와 곤충이 찾아오며,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홍제천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의 환경의식과 책임 있는 행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맛비 속에서 마무리된 조사나무들이 건강하게 자라기를

 

홍지문에서 출발한 단원들이 포방터를 지나 홍전교에 다다르자 굵은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단원들은 빗속에서도 한동안 모니터링을 계속했지만, 강수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안전을 위해 이날 조사를 마치기로 했다.

 

곧이어 하천 범람에 대비해 홍제천 진입로에 차단막이 설치됐다. 장맛비 속에서 끝난 이날의 조사는 역설적으로 도시하천 생태계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집중호우와 폭염, 가뭄 등 기후 위기가 일상화되는 상황에서 하천 주변의 건강한 수목과 식생은 생물다양성 보전뿐 아니라 토양 유실 방지와 기후변화 적응 측면에서도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목본 모니터링은 하루의 행사로 끝나는 활동이 아니다. 한 그루의 나무 이름을 확인하고, 개체수를 세고, 위치 좌표를 기록하는 작은 활동들이 축적되면 홍제천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는 생태의 기록이 된다.

 

그 기록은 앞으로 어떤 나무를 보호하고, 어떤 생태환경을 복원하며, 홍제천을 미래세대에게 어떤 모습으로 물려줄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시민들이 직접 기록한 나무 한 그루의 정보가 홍제천의 미래를 바꾸는 정책자료가 되는 것. 그것이 이번 홍제천 목본 모니터링이 갖는 가장 큰 의미다.

[지역자원순환실천단 활동가_성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