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생학교 20」 입문 강좌 취재기

 

삶은 거대한 학교다. 그것은 요람에서 시작하여 무덤까지다. 그래서 우리는 장례식장이나 추석 혹은 설날 같은 명절에 차례를 지낼 때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라는 말을 자주 본다. 통상 지방(紙榜)에 쓰는 말로, ‘현고는 제사 주체와의 관계를, ‘학생은 고인의 직위를, 부군은 남성을신위는 고인의 자리를 나타내는 말로 인생은 평생 학생이 직업이다. 배우고 공부하는 인간을 가리켜 호모 아카데미쿠스(Homo Academicus)’라는 학명도 거론된다.

 

젊은 날은 아이비리그(Ivy League)SKY 운운하지만 설령 그들만의 리그에 있었다고 한들 졸업 후에도 이마에 학교 배지 달고 다니는 어리석은 자는 없을 것이다. 발걸음이 닿는 곳곳에 삶의 깨달음을 얻은 자들이 있고(人生到處有上手) 세 사람이 같이 길을 가면 반드시 스승을 만나는(三人行必有我師) 세상이고 보면 세상과 자연이야말로 인생 학교가 아니고 그 무엇이겠는가?

 

50+인생학교 20기 입문 (서울시50플러스 북부캠퍼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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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생학교는 국정교과서도 없이 50+세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또 다른 답을 찾는 여정으로, 9월 30일 목요일부터 12월 2일 목요일까지, 3시간의 수업(16:00~19:00)이 11회에 걸쳐 진행된다. 전체 캠퍼스를 아울러 20기의 수강생을 배출한 역사가 있으나 서울시50플러스 북부캠퍼스에는 처음으로 개설되어서 15명의 50플러스1기로 열공 중이다.

 

특징적인 것은 참가자 모두 이름도 나이도 왕년의 직업도 버렸다. 세상사 안 그래도 걱정, 근심, 의무, 세금, 숙제가 산더미인데 무슨 직함에 완장이 필요한가? 그래서 오징어 게임의 비인간적인 숫자 대신 뜬구름’, ‘이판사판’, ‘벨라지오’, ‘인절미등등 이름도 독특하다. 지금껏 내 별명은 자를 따서 드래곤이라 했는데, 용이 되고 싶은 이무기들이 많아 이참에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과정도 생애 전환의 시점에서 어린이처럼 열린 마음의 모험을 하자는 의미에서 드래곤호’, 예술로 대화하기, 철학 나눔, 커뮤니티 만들기, 자연 속 팀별 프로젝트 수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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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 속 수업 후, 활동 결과를 공유하는 수강생들  

 

교육과정의 취재일에는 수유리 근현대사 기념관 일대를 중심으로 자연 속 “1All-Day Class”가 진행되었다. 5~6명이 한 조가 되어 대자연 속에서 시 감상, 자연 속 성찰 등을 누린 뒤 활동 결과를 공유하는 일정인데 한결같이 진지하고 즐겁다. 공부란 원래 즐거운 것인데 수단이나 간판이 되면 괴롭다. 그래서 인생 학교 진행 강사진 역시 좀 특이하고 우아하다.

 

한국교육혁신의 모델로 평가받는 이우학교 설립자의 이력에다 SBS 다큐 바람의 학교에서 전국에서 한가락 하는 학생들을 보듬어 준 정광필 학장과 설계부터 적용의 기획자 구민정 홍익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 교수가 도맡고 있다. 퇴직이나 휴직을 한 50+들에게 자신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삶을 맛보게 하려는 흔적들이 도처에서 묻어난다.

 

자연 학교가 펼쳐진 곳에서 독립열사들의 숭고한 유산을 만나는 것도 뜻밖의 행운이다. “사람이 산다 함은 무엇을 말함이며 죽는다 함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살아도 살지 아니함이 있고 죽어도 죽지 아니함이 있으니 살아도 그릇 살면 죽음만 같지 않고 잘 죽으면 오히려 영생한다. 살고 죽는 것이 다 나에게 있나니 모름지기 죽고 삶을 힘써 알지여라.” 헤이그 이준 열사의 유훈이 감동이다. 1859~1907, 크로노스는 50년도 채 안 되지만 열사야말로 영생하시니 10년 더 살고 있는 나는 뭐다고 있나 싶다. 화계사 가는 길 어디 짬에는 링컨 대통령의 어록도 발길을 멈추게 한다. “I walk slowly, but I never walk backward. (나는 천천히 걷지만, 절대로 뒤로 걷지 않는다.)” 뒷걸음을 몰랐던 미국의 대통령, 하지만 뒤로 걷는 것이 건강스럽다 하여 미친 존재감들이 많은 세태를 예전엔 미처 몰랐다.

 

노후 준비하면 흔히 연금이니 또 다른 직장에서 자신을 또 혹사할 채비에 안간힘을 쓴다. 어렵고 서럽고 아니꼽다 까다롭고 거추장스럽게 취급받는 고독한 노후.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다. “공부는 노후를 위한 최선의 준비이다(Education is the best provision for old age)” 학교(school)스콜레(skholḗ)’ 즉 여가, 휴식에서 유래되었다. 마음의 실재(reality)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관조(觀照)’ 일 속에서 허덕인 삶을 잠시 접고 인생 학교에서 참다운 여가와 성찰을 누려보라! 어차피 현고학생(顯考學生)’이니 말이다.

 

 

50+시민기자단 황용필 기자(yphwa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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