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진행하는 보람일자리 사업이 50+세대의 많은 참여로 활기를 띄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보람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50+세대는 보람일자리를 통해 보람에 더 의미를 둘지 일자리에 더 의미를 둘지, 각자의 상황과 여건에 따라 이 사업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다를 듯합니다.
  
오늘은 남부캠퍼스 보람일자리 ‘장애인직업재활지원단’ 참여자 김미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여러 분야에서 30여년을 매진해 오다가 인생 후반의 삶을 준비하면서, 남편과 닮은 꼴 삶을 이어가려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는데요. 평생을 하루같이 묵묵히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남편을 보면서, 남편과 같은 길을 가고자 보람일자리에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고 합니다. 김미 선생님에게 보람일자리 지원 계기, 담당 업무, 일의 의미, 소중한 경험 등을 들어보았습니다.

 


‘장애인직업재활지원단’ 참여자 김미 선생님

 

Q. 폭염을 불사하고 보람일자리에 참여하시며 바쁘게 보내시는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

먼저 ‘장애인직업재활지원단’에 지원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남편이 재활운동 체육관을 경영하면서 복지관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하는 모습을 봐왔습니다. 남편이 운영하는 체육관이 복지관과 협력해 발달장애인의 재활 및 사회적응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실제로 다양한 사례와  정보를 접하게 되었죠. 우리 부부의 대화 대부분이 발달장애인에 대한 내용이 된지 오래입니다. ‘장애인직업재활지원단’은 제가 처음 참여한 보람일자리 사업인데요. 보람일자리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제가 다니는 천주교 성당에서 오랜 시간 봉사활동을 이어왔습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발달장애청년들과 함께하는 남편을 늘 보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장애인에 대해 알아가고 공부하게 됐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아닌 서로가 든든한 조력자로서, 그들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방법은 없을까 하는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알게 됐고, 남부캠퍼스에서 모집하는 보람일자리 ‘장애인직업재활지원단’에 망설임 없이 지원했습니다. 보람일자리 사업은 장애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공동체와 함께 직업재활지원, 그리고 부가적으로 장애인들과 재활운동·산행·여행 등을 하면서 관련 활동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Q. ‘장애인직업재활지원단’에서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계신가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면, 보람일자리에 관심을 갖고 있는 50+가 이 사업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 저는 집과 가까이에 있는 ‘행복을 파는 장사꾼’(강서구 화곡동 소재) 이라는 사회적 기업에서 ‘장애인직업재활지원단’의 일원으로 보람일자리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행복을 파는 장사꾼’은 포장용 봉투를 만드는 기업으로, 원장님을 포함해 복지사 5분과 발달장애 근로자 45분 정도가 계십니다. 이번 보람일자리를 통해, 저를 포함해 2명이 이곳으로 배치됐습니다. 봉투 만드는 작업은 비교적 단순한 업무이지만, 발달장애인이 근로자가 일하다보니 본래 작업 외에 돌발적인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사람이 모이게 되면 그렇듯, 이 조그만 사회 속에서도 약속, 신뢰, 경쟁, 의견 충돌 등 다양한 상황이 발생해요. 사소한 일들이지만, 이 사회에서는 심각한 상황을 야기할 수도 있어요. 

 

‘행복을 파는 장사꾼’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의 대부분은 20~40대의 발달장애청년들입니다. 신체적으로는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지만, 지적능력이 다소 낮거나 편마비장애(일부의 팔, 다리, 손가락, 발가락 관절 등의 장애)가 있기도 합니다. 또한 다른 장애를 지닌 부모를 부양하거나 시설에서 생활하는 분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의 발달장애청년들이 한 공간에서 작업을 하는 곳이에요. 직업재활지원자로서 발달장애청년들이 무사히 작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손길이 필요한 모든 부분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업무를 분야 별로 구분하지 않고 모든 분야에 걸쳐, 발달장애청년들의 작업장 활동을 돕고 있습니다.

 

(장애인을 고용하고 이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사회적 기업의 일원이 되어, 고용인과 근로자의 업무를 지원하는 것이군요. 한 공간에 머물면서 필요한 부분을 직접 돕고, 근로자의 업무 환경을 개선하시고.) 네, 맞습니다. 봉투 작업 생산량을 높이기 위한 지원 뿐 아니라, 발달장애청년들이 경제활동과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데에 필요한 전반적인 도움을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행복을 파는 장사꾼’에서 근무 중인 김미 선생님

 

Q. 보람일자리가 50+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보람일자리에 임하는 마음가짐과 향후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A. 보람일자리를 ‘제2의 사춘기’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보람일자리를 만나면서 가슴이 두근거려요. 잘 해야 한다는 걱정도 있으면서, 더 잘 하고 싶어서 안 하던 공부에 눈도 뜨고 정신없는 순간들이지요. 발달장애청년들이 저를 선생님으로 생각하며 믿고 의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 스스로 이들에게 올바른 본보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저를 보고 “선생님처럼 되고 싶어요.”라고 말할 때마다, 사명감이 생기면서 더욱 바른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죠. 집에 돌아와서도, 이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기 위해 더 나은 대화방법과 이해방법을 공부하고 연구하게 됩니다. 

 

가까운 미래에 남편과 함께 새로운 개념의 장애인 복지관과 체험공간을 운영하고 싶어요. 장애인과 사회복지를 전공한 청년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발달장애인은 비장애인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인권과 표현의 자유가 실현되는 세상이 진정한 선진사회가 아닐까요? 이들에게 장애인이라는 딱지를 붙여 사회에서 고립되게 하지 말아야 해요. 이들이 행복하게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