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포인트로 영상 애니메이션도 만든다 

파워포인트를 활용해서 영상 애니메이션 만들다니! 처음 알았다. 영상 애니메이션 만들기는 아무나 할 수 없는 건 줄 알고 있었다. 임순옥 강사는 이날 학습 목표를 설명하기 위해 먼저 작업의 결과물을 영상으로 보여주었다. 화면 속에서 차례로 피어나는 꽃들을 보면서 학습자들은 얕은 탄성을 내었다.

 

아침마다 하루를 시작하기에 좋은 명언을 담은 영상 애니메이션을 SNS로 보내주는 사람이 있다. 직접 제작하는 건지, 누군가 제작한 것을 받아서 보내주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읽으며 그 정성에 고마워만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만들어서 누군가의 스마트폰에 꽃을 피우고 시의 향기를 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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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시간, 작업 결과물을 보면서 학습 목표를 확인 중이다. ⓒ 50+시민기자단 김영문 기자

 

50플러스 세대의 배움의 끝은 어디인가

동작50플러스센터에서는 파워포인트를 활용한 영상 애니메이션 만들기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매주 수요일 오전에는 기초반이, 오후에는 활용반이 총 6회차로 진행된다. 최종 학습 목표는 시가 있는 영상 애니메이션 제작이다.

 

이 프로그램은 파워포인트 화면 구성과 기본 메뉴 알기와 같은 기초에서부터 동영상을 이어 붙여보기, 배경 바꾸기, 완성된 작품 비디오 파일로 저장하기까지 총 6회차에 걸쳐 운영된다.

 

교육 일정: 2022년 8월 17일 ~ 9월 21일

교육 시간: 기초반 수요일 10시~12시 / 활용반 수요일 13시~1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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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습용 영상자료 다운 받기 연습. ⓒ 50+시민기자단 김영문 기자
 

 

50플러스 세대들의 배움에 대한 열망은 어디까지일까? 배워서 어디에 활용하고자 이들은 이처럼 열심일까? 서울시50플러스포털에는 분기별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올라온다. 이런 것도 열리는구나. 배울 것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것들이 종종 열린다. 이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누가 배울까 궁금해하며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구경하고 돌아와 보면 벌써 신청 마감인 프로그램이 여럿 생기고는 한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찾는 사람들의 욕구는 찾는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부터 사회에 봉사활동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 문학과 예술 등을 향유하는 방법을 배우려는 사람들, 스마트폰 활용 등 실생활에 필요한 기기와 툴의 효과적 사용으로 생활의 편리를 도모하려는 사람들. 최근엔 동영상 제작에 관한 프로그램이 다수 열리고 있다. 영상을 제작하여 지인과 공유하고 소소한 취미활동을 하려는 이들과 자신의 활동을 유튜브로 소개하고 홍보하려는 이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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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사의 작업지시대로 영상을 제작하고 실행해보기. ⓒ 50+시민기자단 김영문 기자

 

영상으로 소통하는 시대

모든 것이 영상으로 통하는 시대다. 스마트폰 보급과 5G로 통신환경이 바뀌면서 사람들은 글과 댓글로만 소통하지 않는다. 간단한 인사조차 움직이는 그림과 함께 주고받는다. 영상시대의 발달을 부추기는 건 데이터 전달 속도와 데이터 용량의 크기 변화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영상으로 소통하기를 부추기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다. 영상 제작을 손쉽게 할 수 있는 다양한 앱이 있고, 전문가가 아니어도 따라만 하면 할 수 있도록 유튜브도 이를 뒷받침한다. 게다가 앱도 유튜브도 무료라는 것이 영상 소통에 크게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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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제작을 위한 자료 찾기와 작업물 저장하기. ⓒ 50+시민기자단 김영문 기자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채우는 도구들

“한 장의 사진이 웅변보다 힘이 세다”고 했었다. 여전히 유효한 말이다.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에 월남전을 멈추게 한 것이 바로 사진 한 장이었다. 퓰리처상을 탄 작품 ‘네이팜탄 소녀’로 더 잘 알려진 ‘베트남-전쟁의 테러’라는 제목으로 사진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한 장 사진보다 더 힘이 센 것은 움직이는 그림이다. 찌개가 맛있게 끓고 있다는 글보다는 맛있게 끓고 있는 찌개 사진 한 장이 더 세다. 사진 한 장보다 더 힘이 센 건 보글보글 끓는 소리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뚝배기 동영상이다.

 

이제 사람들은 얼굴을 마주하고 말로 소통하는 것처럼 영상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소통한다. 보다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글 쓰는 법, 사진 찍는 법, 영상 찍는 법을 배우고, 그걸 보다 감각적으로 전하기 위해 편집하고 디자인하는 방법을 배운다. 온라인 세상에서 보다 잘 알리고 소통하기 위해서다.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 프로그램

동작50플러스센터에서도 동영상 제작과 관련한 다양한 강좌가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다. 이번에 열리는 프로그램은 파워포인트를 활용한 영상 애니메이션 제작하기다. 얼핏 만화 그리는 공부인 줄로 오해할 뻔했다가 자세한 프로그램 계획안을 보고 만화 그리기가 아니라 파워포인트로 동영상을 제작하는 교육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동 시간을 잘못 계산하는 바람에 교육이 열리는 동작50플러스센터에 도착했을 때는 수업이 시작되는 오후 1시를 막 넘기고 있었다. 미리 연락한 취재였지만 이미 수업이 시작된 교실 문을 선뜻 열고 들어갈 수가 없어 주저하고 있었다. 크고 정확한 음성이 문밖으로 새어 나왔다. 파워포인트를 열고 메뉴를 설명하고 있었다. 눈을 감고 화면의 메뉴를 상상했다. 옛날에 학교에 가지 못한 소녀들이 공부가 하고 싶어서 문밖으로 새어 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어깨너머로 공부했다더니, 그 와중에 문밖에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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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수업의 최종 학습 목표인 음악이 흐르는 시 영상 만들기를 시연해 보이는 임순옥 강사. ⓒ 50+시민기자단 김영문 기자

 

“꽉 찬 글을 쓰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없다. 70% 정도가 좋다.”

언젠가 황지우 시인의 글쓰기 강연에서 그 자리에 있던 여러 사람이 공감했던 말이다. 강의도 그렇다. 학습자에게 많은 걸 전달하려고 꽉 찬 수업을 하면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학습자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다. 여백이 있어야 생각도 소화된다. 

 

모든 설명과 실습을 마친 후 강사는 학습자들에게 수업 전 배포한 유인물을 보게 했다. 유인물 보면서 보충 설명으로 작업 과정을 다시 한번 상상하도록 도왔다. 복습이었다. 여백이 있는 수업이었다.

 

 

50+시민기자단 김영문 기자 (aidiown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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