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에 최고의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

-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50+인생 후반기를 꿈꾸다

 

2018년 12월 19일,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 1층 50+의서재에서 50+시민기자단 해단식이 있었다. 설렘과 기대로 시작한 것이 엊그제인데, 어느새 해단식이라니.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준비한 서프라이즈 선물도 있었다. 열심히 활동한 시민기자들에게 주는 상이었는데, 나는 열혈기자상을 받았다. 모르고 참석해서 호명되는 순간의 기쁨이 배가 되었다. 해단식이 진행되는 동안 50+시민기자로서 활동을 했던 2018년도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김영대 이사장님과(좌), 서부캠퍼스 시민기자단 멤버들(우)

 

50+시민기자라는 명함이 생겼던 2018년은 내게 특별히 더 의미있는 한 해였다. 글쓰기 좋아하는 사람이 50+시민기자가 되었으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서류를 접수하고 면접을 본 후, 합격자 명단을 기다리면서 마음을 졸이다 합격문자를 받고 뛸 듯이 기뻐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명함이 나왔을 때 아이들에게 내밀며 자랑하던 순간은 얼마나 행복했는지.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 속한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와 50+인생학교는 삶의 고민을 안고 50+후반을 달리고 있던 내게 온 선물 같았다. 서부캠퍼스와 인생학교는 주부였던 내가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기댈 수 있는 문이 되고, 비빌 언덕이 되어 주었다. 화려한 이력이 없어도 새로 시작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었다. 실현을 위해서 문 안으로 한 발 내딛을 용기만 있으면 되었다.

 

덕분에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었다. 대개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와 인생학교를 통한 활동이었는데, 먼저 시도하거나 우연히 합류하게 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50+시민기자단이 되어 오래전부터 글을 쓰고 싶었던 막연한 소망을 이루기도 했다. 돌아보면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두고두고 감사할 일이다.

 

시작은 단순했다. 50+가 넘어서도 여전히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를 보면서 '내 삶은 뭘까?'하는 의문이 생겼다. 갱년기가 시작되었는지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썩어 없어지는 것이 내 삶의 전부인 것만 같아 한동안 우울하기 그지없었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 부모의 중요한 역할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밀알이 되어 썩어 없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인생에 대한 회의가 생겼다. 

 

내 인생에 대한 호기심이 최고조에 다다랐던 2017년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를 알게되었고, 때 맞춰 열린 전자책 출판하기를 수료하고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 인생학교에 입학했다. 수료 후에도 인생학교 동문들과 캠퍼스 언저리에서 크고 작은 활동을 했다.

 

   

▲우리들의 축제에서 문화기획단 별별창고팀(좌), 인생학교 6기 수료식(우)
 

전문강사양성 과정을 수료한 후 여행과 관련하여 N개의 아카데미에서 강의를 했고, 문화기획단 별별창고의 멤버로서 서부·중부·남부캠퍼스에서 우리들의 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하는데 참여했다. 인생학교 학장단이 주관한 프로젝트 기획 강좌를 수료한 후 인생학교 퍼실리테이터가 되어 수업에 참여하고 50+시민기자가 되어 서부캠퍼스를 뱅뱅 맴돌면서 1년 6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장 담그기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서울시 장독대 아카데미 종로구를 맡아 코디네이터를 하기도 했다.

 

상복이 많았던 2018년 연말에는 큰 선물을 하나 더 받았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진행한 패션인스타에 지원했다가 운 좋게 뽑힌 것이다. 전문가를 만나 내게 어울리는 색을 찾고, 내 체형에 맞는 옷을 고르고, 전문가의 손길로 변한 모습을 영상과 사진으로 남겼다. 이 또한 감사하는 중이다.

 

시도하는 것은 용기다. 나는 올해 가능성을 믿고 많은 것에 시도하는 용기를 냈다. 운 좋게 시도했던 대부분이 이루어졌고, 노력 이상의 인정도 받았다. 오래 웅크렸던 개구리가 더 멀리 높이 뛰어오를 수 있다고 한다. 아이들을 키우던 시간들은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아이보다 더 많은 성장을 했다. 그 성장이 많은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음을 믿는다.

 

진정한 여행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리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여행의 시작이다.

 

- 나짐 히크메트(Nazim Hikmet Ran 1902~1963년)

 

   ▲패션인스타 화보


17세에 시집을 발간하고 터키 문학의 가장 영향력 있는 나짐 히크메트의 시처럼 내 생애 최고의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최고의 순간이 내일이 될지, 70세 혹은 80세쯤 되어 맞을지 그 누가 알까. 남아있는 날들이 최고의 날이 될 가능성으로 열려있는 시간임은 틀림이 없다.

 

50+세대가 되었다고 미리 겁먹지 말자.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처럼 60+ 혹은 70+가 되어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아직 오지 않은 최고의 날을 위해 여전히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살아볼 일이다. 오늘도 나는 기대에 찬 마음으로 문 밖 세상을 바라본다.

아직 오지 않은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