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오페라에 고독사한 노인들의 애환 그려져

얼마 전에 라벨라오페라단이 초연한 창작오페라 The Black Recorder 검은 리코더를 관람했다. 작품은 고령사회로 접어드는 우리 현실 속에서 고독사한 노인들의 애환을 다뤘다. 네 노인들이 사연은 각자 다르지만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너무도 절절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광경도 매우 쓸쓸했다.

 

                                                           [이미지출처: 라벨라오페라단]

 

급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나이가 들면 가치관의 혼돈이나 경제적 어려움, 신체적 정신적 질환, 사회적 고립, 가족 간 갈등 등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곧 학대의 요인이 되고 자살이나 고독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노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우리는 태어나 배우고 일하고 바쁘게 살아가다보니 노인인권에 대해 무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나이 들어 노년에 이르러서야 노인인권 문화가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 자신의 인권이 얼마나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지 느끼게 된다.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은 연습에 불과하고 이제 세상의 이치를 알 것 같은데. 노인 장벽이 가로막아 경제적으로 어렵고 설자리가 좁아지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인권이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존중받고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권리를 말한다. 특정 연령대인 노인은 다른 연령 집단과 다름없이 인권을 누릴 주체인즉, 노인이라는 이유로 인권이 침해되거나 차별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인구고령화가 가속되고 만성질환 등으로 남에게 의존하며 살아가는 연령기간이 길어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노인인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노인인권의 다양한 이슈들

19911216일 유엔총회에서 노인을 위한 유엔원칙(United Nations Principles for Older Persons)을 채택되었다. 자립 · 참여 · 보호 · 자아실현 · 존엄의 5가지 주요 원칙이 제시되었다. 자립을 위해 소득 보장, 가족 지역사회의 지원과 스스로의 힘으로 적절한 음식, 식수, 주거, 의복, 의료 서비스 등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노인의 사회권이 보장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노인의 존엄성 신념 욕구 사생활이 완전히 존중되고, 건강 보호와 삶의 질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고 했다. 주거시설이나 보호 치료시설에 거주할 때라도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향유하여야 함을 것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특히, 유엔원칙은 존엄성 보호가 매우 중요함을 강조하면서 노인은 자신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고, 안전하게 살 수 있으며, 착취 대상이 되어서도 안 되고, 육체적 정신적인 학대를 받아서도 안 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노인을 각종 학대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것을 중요시한 것이다.

 

노인학대는 노인에게 폭력이나 착취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 방임하는 것

신체적 학대는 물리적 힘이나 도구를 이용해서 노인에게 신체적 정신적 손상이나 고통, 장애를 유발시키는 것이다. 정서적 학대는 비난, 모욕, 위협, 협박 등의 언어적 비언어적 행위로 노인에게 정서적으로 고통을 주는 것이다. 경제적 학대는 노인의 의사에 반()하여 재산 권리를 빼앗는 것 즉, 경제적 착취나 재산에 관한 법률 권리 위반, 경제적 권리와 관련된 의사결정 통제 등을 하는 것이다. 성적 학대는 노인의 의사에 반하여 성희롱, 성추행, 강간 등 성적수치심을 유발하거나 성폭력을 행하는 것이다.

방임은 부양의무자로서의 책임이나 의무를 거부하거나 불이행 포기하여 노인의 의식주 의료를 적절하게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는 노인 스스로가 최소한의 자기보호 행위를 의도적 비의도적으로 포기하여 심신이 위험한 상황이나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을 포함한다. 유기는 노인과 연락을 두절하고 왕래하지 않거나 시설이나 병원 낯선 장소에 버리는 것이다.

 

                                                    [이미지출처 : 국가인권위원회]

 

누구도 노인학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어

부모학대의 요인은 자녀의 개인적인 특성이나 과도한 부양부담, 그리고 사회문화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이를테면 부모가 자녀에게 지나치게 신체적 정신적 물질적으로 의존하거나 정신적 신체적인 문제가 있는 부모가 공격적이거나 무절제한 언행을 하면 자녀의 부양부담을 가중시킨다. 자녀가 부모부양과 생업을 병행하면 개인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자녀가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거나 알코올 약물 중독, 자부심이 결여되부양의지가 약화된다. 자녀 성장기에 부모로부터 폭력을 경험하거나 학대받은 경험이 있으면 약해진 부모에게 학대가 전이될 수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 노인차별 의식이 팽배하거나 사회적지지망이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노인소외나 위축현상이 나타난다.

결국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이고 역동적으로 작용해서 노인학대 내지는 고독사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나와 남을 소중히 생각하는 태도와 행동 필요

노인학대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가족, 사회적 차원에서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당사자가 노년기에 이르기 전부터 스스로 재무적 측면뿐 아니라 비재무적인 측면까지 안정적이고 균형적인 노후준비를 해야 한다. 노년기에 이르러서도 의존성을 줄이고 자립능력을 키운다. 스스로 존경 받을 수 있는 행동을 하고 자신에게 맞는 일이나 여가활동, 가족생활, 사회생활에 적극 참여한다. 그를 통해 자신감과 유용감을 유지하고 지지망도 형성해야 한다.

가족 차원에서도 노년기 특성과 노인의 심리적 특성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부양부담으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상담프로그램을 활용한다. 노인장기보험이나 재가노인복지서비스도 적절히 활용한다.

사회적 차원에서 고령사회에서 노인은 더없이 귀중하고 훌륭한 사회적 인적자원이라는 인식을 확대한다. 노인들이 활동하고 기여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과 지지망도 확충한다. 노인복지정책과 노인학대방지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고령사회에 보다 높은 관심을 기울이고 사회 전반적으로 노인인권에 대해 새로운 인식이 확산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