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의 새만금홍보관에서 바라본 새만금 방조제. 오른쪽은 해창갯벌쪽이며 왼쪽에 부안 마실길 1코스의 출발점이 있다.

 

변산반도 전체는 행정구역상으로 부안군에 속해 있다. 부안을 대표하는 길인 마실길은 새만금의 시작점에서 줄포만의 갯벌생태공원까지 이어지는데, 길의 대부분은 변산반도의 해안선을 따라 연결된다. 60~70년대의 냉전 시대에 해안경비를 위해 군인들이 파 놓은 순찰로가 있었고, 그것을 웬만큼 손보고 다듬어서 만든 길이 마실길이다. 그래서 길 자체에서 아름다움이라든지 뭔가 의미가 있어 보이는 점보다는 전장의 참호가 주는 구불텅거림이 많다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온다. 그만큼 걷는 사람들의 발을 번잡하게 하는 길이다. 특히 밀물 때와 썰물 때의 길이 다르다는 점이 주의를 끈다. 그러나 걷다 보면 서쪽으로 보이는 손에 잡힐 듯한 수평선과 왼쪽으로 보이는 변산 기슭의 푸르름이 마음 아리게 와 닿으며, 붉은 기운이 서서히 사그라지는 해넘이를 보며 걷게 된다면 가슴 한켠에 막연한 그리움을 주는 길이 될 것이다.

마실길은 8개의 코스로 나뉘어져 있어서 필요에 따라 적절히 구분하여 걸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비교적 풍광도 괜찮은 편이다. 1~6코스는 여러 가지 볼거리들이 있는데, 1코스의 출발점은 새만금 방조제의 부안쪽 시작점인 새만금 홍보관이다.

 

부안 마실길 1코스 출발점

 

마실길 주변에 피어있는 아름다운 꽃

 

홍보관 전망대에서는 마실길보다 그 맞은편 쪽의 드넓은 해창갯벌을 관망하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하다. 애초에 어떤 구체적인 목적보다는 정치적 의도에 의해 시작되었던 사업이었지만 긍정적 차원에서 본다면, 그만큼 국토가 넓어졌고 또 넓어진 만큼 기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3코스와 4코스는 격포 해수욕장과 상록 해수욕장을 끼고 있어서 좋은 경치들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채석강이나 적벽강 같은 해안절경을 만날 수 있다. 또 코스를 벗어나 변산 안으로 들어가면 해안이 아닌 내륙의 깊은 골짝이 갖고 있는 수려함도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감상은 5코스와 6코스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6코스가 끝나는 왕포에서 변산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천년 고목, 삼층석탑, 고려 동종 등으로 유명한 내소사를 비롯하여 여러 사찰과 암자들을 만날 수 있으며, 내변산의 원시림에 가까운 깊은 숲길도 경험할 수 있다.

 

채석강의 바위. 7천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되었다고 한다

 

천년 고목, 삼층석탑, 고려 동종 등으로 유명한 내소사의 대웅전
 

내소사 대웅보전의 현판

 

그러나 마지막 두 구간인 7~8코스는 줄포만을 의지하고 사는 사람들의 소금처럼 짜다 못해 힘든 삶의 구석을 보여준다. 대부분 뚝방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길은 갯벌을 막아 만들어졌다. 여기에 처음부터 길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원래는 드넓게 펼쳐져 있던 갯벌만 있었을 뿐이었다고 한다. 곰소의 염전도 조선시대에는 바닷물을 끓여 소금을 만들던 곳이었으나 일제강점기에 일본사람들이 우리 백성들을 동원하여 바다의 일부를 막아 오늘날의 염전을 만들었던 것이다.

 

곰소의 염전. 일제강점기에 조성되었다

 

미네랄이 함유된 품질 좋은 천일염이 생산되어 곰소 소금이 유명해졌고, 또 뚝방길 따라 계속 이어지는 새우 양식장이 경제적 소득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긴 했다지만 줄포만 사람들의 삶 자체가 아름다워졌다고 할 수는 없다. 사람들은 하나 둘 도시로 이주하였으며, 유치원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초등학교에는 매년 신입생이 기껏해야 한두 명씩 있을 뿐이다. 여전히 소금처럼 짜고 진흙처럼 퍽퍽한 일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이 든 부안 사람들, 특히 줄포만 사람들은 일제강점기의 호황을 아직도 추억한다. 군산항의 예비항으로 개발된 줄포에는 일본의 식민정책이 적용되어 많은 일본 사람들이 들어와 살았으며 그 때 사람들은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전쟁에 비참하게 패망한 일본인들이 물러나면서부터 줄포만은 여러 가지로 쇠퇴하기 시작했고, 설상가상으로 바다의 토사가 계속 밀려오면서 갯벌이 메워지게 되었으며, 급기야 70년대 중반 이후에는 항구의 기능을 사실상 상실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폐항이 된 줄포의 거리는 인적 드문 을씨년스러운 포구가 되고 만 것이다.

 

줄포만의 갯벌. 줄포항은 밀려오는 토사로 인해 형성된 갯벌 때문에 결국 폐항되었다

 

최근에, 과거의 항구와 주변을 개발하여 줄포만 갯벌생태공원을 꾸몄다. 생태공원에는 갯벌의 자연 환경을 비롯한 다양한 시설들이 꾸며져 있어서 어린이들의 자연과학 학습에 큰 도움이 될 듯하다. 특히 염생식물과 더불어 해국, 갈대 등 20여 종의 식물이 자라남으로써 줄포만갯벌생태공원은 살아 있는 갯벌 체험학습장으로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천리의 청자박물관 입구

 

8코스에서 조금 벗어난 유천리에 가면 부안청자박물관과 만나게 된다. 원래 부안에 대한 과거의 기록에 ‘어염(漁鹽)이 풍부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을 만큼 부안은 물산이 풍부한 지역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곳에는 고려시대의 유명한 도요지가 있었다고 하며, 한때 고려시대 왕실용의 최고급 상감청자를 비롯하여 이곳에서만 제작된 고려상감백자와 동화청자 등 희귀 유물이 발굴되기도 했다고 한다. 항구가 가까워서 이곳에서 생산되는 고려청자들은 개경으로 수운되었다. 나이 지긋한 지역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어렸을 때 땅을 파거나 밭을 일구면 청자 조각들이 부지기수로 나왔다고 할 정도로 유천리는 지역 전체가 도요지였다.

 

청자박물관 내부를 살펴보는 관람객

 

부안 사람들은 많은 도요지 중 한 곳에 지역의 자랑인 청자박물관을 세웠다. 중국에서 개발된 청자 제작기술은 고려로 이전되어 비색청자, 철화청자 등으로 발전을 거듭하였고, 이곳 유천리 도요지에서 상감청자로 진화한 것이다. 그래서 유천리 도요지는 국가 사적 제69호로 지정되었다. 요즈음은 ‘부안 유천리 12호 고려청자가마터 발굴 성과전’을 열고 있으며, 실제 청자 제작 체험을 해볼 수도 있고 특수영상실이나 VR 체험을 통해 청자의 다양한 모습을 접할 수 있어서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마실길 8코스에서 바라본 줄포만갯벌생태공원

 

서울에서 가는 방법은 자가용 이용시 서해안고속도로 줄포나 부안 톨게이트를 이용한다. 대중교통 이용시에는 강남터미널(호남선)에서 부안행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숙소는 줄포만 갯벌생태공원의 숙소를 적극 추천한다. 1~2인 탐방객은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할 수 있고, 여러명일 때는 마루아라하우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부안은 대중교통도 비교적 잘 연계되어 있는 편이다. 그러나 버스가 도시처럼 자주 지나다니지는 않기 때문에 미리 시간 정보를 파악하여 움직이는 것이 좋다. 주요 도로에는 매시간 농어촌버스가 운행되며 교통요금은 환승 없이, 탈 때마다 1,000원이다. 갯벌생태공원에 여장을 풀고 8코스부터 1코스를 향하여 탐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