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세대의 성장,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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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톡톡’과 함께한 마음 여정기

 

 

 

 

 

코로나19가 2.5단계의 첫 시행일(8/30)로부터 40여 일 만에 1단계 거리두기로 완화되었다. 이전과는 달라진 상황에서 대면 소통이 새삼스럽게 어색할지도 모른다. 비대면 일정이 대면이 된다면 또 무엇이 다시 달라질까? 그동안의 비대면 일정은 지루하면서도 빠르게 지나간다는 점에서 시간을 도둑맞은 느낌도 컸다. 사람 만나는 일이 줄어들면서 저절로 인간관계가 정리되는 측면도 있었지만, 더욱 돈독해지는 관계가 부각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브레이크 타임은 에너지 충전의 기회이기도 해서 앞으로의 대면 활동은 이전보다 조심스럽고 소중해질 것으로 보인다.

 

100세 시대를 이야기하는 지금, 50+ 세대는 그 중간을 지나는 중이다. ‘사이’에 서 있는 존재는 나쁘게 말하면 끼어 있는 상태지만, 좋게 말하면 과거와 미래를 제대로 통합하는 힘을 가졌다고도 할 수 있다. 노부모와 자식을 챙긴다는 건 힘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동시에 능력은 책임이고 부담이기에 힘겹기도 하다. 경제성장의 수혜자였던 50+ 세대에게 미래란 어떤 것일까? 은퇴했지만 아직 여명은 한창인 50+ 세대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한창 활동 중에는 거기에 몰두하느라 미래까지 대비할 여력이 없다. 우리의 일상이란, 사는 동안에는 그것이 전부였다가 지나고 나서야 전체가 보이는 법이니까.

 

전반기의 삶을 잘 정리할 수 있어야 후반기가 새로 시작될 수 있다. 하지만 50+ 세대의 현실을 보면 사회적인 쓸모는 줄어들고, 노화에 따른 무력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노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도 만만치 않다. 농경사회와 정보사회 양쪽에 걸쳐 있으면서도 나름의 균형을 잡았던 부분이 이제는 어느 쪽과도 섞이기 힘든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50+ 중부캠퍼스에서 마련한 ‘50+톡톡: 관계와 상실, 그리고 웰다잉’ 프로그램이 주목을 끌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는 그동안 관계를 잘 맺는 것에 대한 고민 없이 그냥 함께하는 것이 ‘관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관계를 잃는 ‘상실’이나 궁극적인 ‘웰다잉’에 대해 따로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100세 시대가 되면서 주변 환경의 변화가 당황스럽고, 뭔가가 필요하다는 자각이 생겨나는 중이다. 예전 같으면 은퇴 후 얼마 안 있어 수명을 달리했던 터라 노후의 삶에 그다지 비중을 두지 않았다. 지금은 은퇴 후에도 살아온 만큼의 시간을 더 살아야 할지 모른다는 사실이 축복 같지만은 않다. 왜일까?

 

 

 

 

 

 

필자가 참관 취재 차 찾은 시간, 오붓하게 모인 8명의 수강자들은 이전 시간의 숙제였던 ‘묘비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과거의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스스로 정리하여 미래로 떠올리는 일은 현재를 다시금 보게 하는 시도다. 지금이란, 과거보다는 늙었지만, 미래보다는 젊다는 의미에서 ‘오늘은 내가 살날의 첫날’인 셈이다. 과거는 건드릴 수 없지만, 미래는 내가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50+ 세대에게 ‘멋진 나이 듦’은 희망이고 설렘이다. ‘웰다잉’에 앞서 ‘웰-에이징’이 먼저인 것이다.

 

강의를 맡은 가족세대통합연구소 서로이음의 장미나 대표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어른도 성장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배우는 동안은 성장이 가능하고, 성장은 혼자서 하는 게 아니기에 ‘관계’가 중요하다. 좋은 관계여야 행복하게 살 수 있고, 그래야 ‘좋은 죽음’을 맞이한다. 강의를 듣노라니 배움이란 건 변화에 대한 수용이자,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구나, 불안해하지 않는 민감성과 도피하지 않는 용기를 가져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찾아들었다. 하나뿐이던 세계가 여럿으로 늘어나고, 그 안의 존재는 무수한 생명체 중 하나일 뿐이라는 점을 알아가면서 그 세세함을 음미할 수 있어야 노후가 두렵지 않으리라.

 

50~60대를 기점으로 삶은 젊음보다 늙음과 죽음의 색이 짙어지게 마련이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자꾸 젊어지려는 욕망에 시달리는 노후를 경계할 일이다. 일반적인 ‘노후’와 내가 받아들이는 노후가 같을 필요는 없다. 적응을 하다 보면 노후생활 한가운데서 가장 젊은 나를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웰다잉 이전의 웰-에이징에 필요한 것은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어쨌거나 ‘멋진 나이 듦’에 대한 자각이 먼저다. 그럴 때 삶의 우선순위가 달라지고, 그에 따른 본래적인 자기다움을 발견할 테니까.

 

 

 

 

 

 

장미나 대표는 수강생에게 현재의 내 삶/관계를 돌아보는 방법으로 ‘나를 지켜주는 3차 호위대’와 25년 뒤의 호위대를 비교하게 했다. 대체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역시 배우자였고, 나머지 부분에서도 ‘가족’을 벗어나지 못했다. 50+ 세대가 맺은 대부분의 관계가 가족인 데 반해, 문제는 ‘그만큼 가족과 관계를 잘 맺고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50+ 세대는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정을 나누고 모든 걸 함께하면서 살아온 동시에, 그렇게 가까웠기에 자신도 모르게 서로 상처를 주고받았다. 선택이 아닌 일은 ‘복불복’인 경우가 많다. 이런 관계에서는 서로 인정하고 이해하는 연습이 되어 있지 않으면 ‘소통 불가’의 상황에 이른다. “관계는 누적”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때그때 풀지 못한 일들로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소통을 위한 첫발을 내디딜 필요가 있다.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장수시대를 살게 된 50+ 세대. 100세 시대를 어떻게 ‘개척’할 것인가를 보여줄 최초의 세대일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그 행보가 주목된다.

 

 

 

 

 

 

장 대표 말에 따르면 관계라는 것은 시간을 들여 만들기도 하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로도 변화 가능하다. 관계라는 건 ‘상호적’이기에 먼저 시작하면 그만큼 변화를 앞당길 수 있다. 관계는 소통과 돌봄을 포함한다. 부부관계뿐만 아니라 세대 관계도 좋아지게 할 ‘마법의 레시피’인 소통의 기술. 우리 50+ 세대는 양쪽에 낀 존재가 아니라 다리를 잇는 존재로 첫 발자국을 내디딤으로써 새로운 성장을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