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이래 가장 넓은 땅덩이를 정복했다는 불세출의 영웅 테무진(칭기스 칸)의 나라 몽골은 비행기로 세 시간 반 거리에 있다. 직항 노선이 없을 때는 멀고 먼 나라였지만 요즘은 쉽게 오갈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세가 꺾이면 ‘광활하다’ ‘지평선’ ‘대지’ ‘초원’ 같은 단어를 체감할 수 있는 몽골로 떠나자. 해발 1,300m의 고원에 붉은 영웅이라는 뜻을 가진 수도 울란바토르가 있다. 300만 인구 중 150만이 거주하는데 여름엔 영상 27℃, 겨울엔 영하 47℃로 연교차가 크다. 제일 먼저 보아야 할 건 물론 칭기스 칸 동상이다. 1921년 외몽골을 독립시킨 담딘 수흐바토르를 기념하는 수흐바토르 광장에는 말을 탄 담딘의 청동상과 칭기스 칸 동상이 있다. 국회의사당, 미술관, 박물관, 오페라하우스가 있어서 볼거리가 많다.

 


수흐바토르 광장에 있는 칭기스 칸 동상


자이승 전승탑에 가면 울란바토르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러시아와 힘을 합쳐 일본군과 러시아 백군을 물리친 것을 기념하는 탑인데 원형 벽면에 전쟁영웅과 전쟁에 헌신한 사람들을 그려 놓았다. 길들인 독수리를 데리고 사진을 찍으라고 권하는 아저씨가 있다. 독수리 사냥꾼은 알에서 깨어난 새끼 독수리와 함께 자고, 눈을 맞추고, 자신의 침을 먹이며 길들인다고 한다. 이곳에서 꼭 사야 할 기념품은 가죽에 그린 그림이다. 눈에 보일 때 사자. 몽골의 슈바이처로 불리며 독립운동을 했던 이태준 열사의 기념비와 기념관도 근처에 있다.

 

 

자이승 전승탑


전통예술 전용 극장에서 공연을 보자. 하루 두 번 한 시간 반 남짓 공연한다. 샤먼 춤과 가면 춤, 흐미와 마두금 연주, 곡예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다. 사랑도 이별도 말을 타고 초원을 달리며 하기에 박자는 빠르고 멜로디는 단조롭다. 춤도 하체보다는 상체의 움직임이 많고 현란하다. 가장 신기하고 신묘한 건 흐미다. 흐미는 음색이 다른 두 소리를 동시에 내는 목 노래 창법인데 낮고 굵게 울리는 목소리 위에 테레민 소리와 흡사한 소리가 얹혀 있다(테레민은 러시아의 음향물리학자 레온 테레민이 만든 신디사이저 악기다). 오직 몽골 성악가만이 부를 수 있다는데 소름이 끼칠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공연장에서 CD를 살 수 있다.

 


전통예술 공연


건물이 쇠락해 과거의 영화를 짐작하기 어렵지만 보그드 칸 궁전은 몽골의 마지막 왕이었던 보그드 쟈브잔담바가 겨울에 거주했던 곳이다. 박물관으로 꾸며 누구나 관람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안내판에는 영어와 몽골어와 러시아어가 적혀 있다. 아담하고 소박한 건물 안에 왕과 왕비가 사용했던 물건이 전시되어 있는데 150마리의 눈표범(설표) 가죽으로 만든 게르가 인상적이었다. 세숫대야만큼 큰 금속 대접이 벌주잔이라고 해서 놀랐다. 39°의 칭기스 칸 보드카가 유명한데 저렇게 큰 잔에 벌주를 내렸다니. 벌주를 마신 사람은 무사했을까? 초원에서 마시면 잘 취하지 않는 모양이다.

 


겨울 궁전


간당 사원은 티벳 불교 사원이다. 몽골의 파스파 문자는 쿠빌라이 칸이 만든 표음문자이고, 지금은 러시아 알파벳을 빌려서 쓰고 있다. 탑 모양의 조형물이 많고, 불경이 적힌 마니차를 돌리며 기도하는데 글씨체가 아주 아름답다. 전 세계 불상 중 실내에 있는 것으로는 가장 크다는 불상이 있다(26.5m). 구소련이 가져가서 총알을 만드느라 녹여서 썼는데 1996년 일본과 네팔의 기금으로 다시 세웠다고 한다. 사진을 찍으려면 돈을 내야 한다. 이곳만 제외하고 실내는 모두 촬영 금지다. 정원은 관리가 되지 않아 잡초가 무성했다. 샤먼들의 게르도 둘러보자. 점도 쳐 주는데 유료이다.

 


간당 사원

 
하루에 200Km~300Km 이상 달리므로 반드시 사륜구동차를 타야 한다. 끝없는 초원을 마구 내달리는 기쁨을 누리고 싶다면 직접 운전하자. 난코스에서는 물론 현지인 기사가 운전해야 한다. 필자가 탔던 차는 러시아의 군용차로 개발되었다는 구형 ‘푸르공’이었다. 에어컨은 물론이고 안전벨트도 없고, 차체도 울퉁불퉁 구겨진 차였다. 폐차장에 있어야 할 차가 잘 굴러다닌다. 프루공의 강점은 전차에 가까운 힘이다. 개울이건, 바위투성이 산길이건, 수렁이건 거침없이 달린다. 몽골의 여름은 우기다. 사막에 가까운 고비 지역도 폭우로 길이 끊기고 순식간에 수렁이 되곤 한다. 지질이 고운 점토층이다 보니 비가 내려도 흡수가 되지 않아 찐득거리는 수렁을 만든다. 푸르공이 오지에 좋은 차라고는 하나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뒤통수가 서늘했던 적이 많았다.

 


푸르공 위에 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