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여행 모임에서 내게 의미 있는 책에 대해 글을 쓰기로 했다.

어떤 책으로 글을 쓸까 생각하다가 <달과 6펜스>를 선택했다.

 

이 책은 내가 고등학생 때 감명 깊게 읽었던 책 중의 하나이다. 내 청소년기에 큰 획을 긋는 3개의 책이 있으니

중학교 때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고등학교 때 <어린 왕자> 그다음이 이 책이다. 위의 두 책은 성인이 되어

다시 읽었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는 그때와 거의 똑같은 느낌이었고, <어린 왕자>읽었는데 연륜이

묻어나지만 예전의 감동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도서관에서 <달과 6펜스>를 빌렸는데 정말 올드한 표지에 너덜너덜, 활자체는 작고, 지금과는 좀 다른 조잡한

느낌이 들어  이질감이 느껴졌다. 책 내용은 책 모양만큼이나 낯설었다. 이게 뭐지? 이게 아닌 거 같은데?

수상쩍어하며 책을 뒤적였다. 이 책에는 <달과 6펜스> 말고도 단편 2편이 더 실려 있어 책이 꽤 두꺼웠는데

다행이다 싶었다. 앞부분 몇 장이 지루했고, 다음부터는 술술 읽혔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고등학생 때 내가 왜 이 책을 좋아했는지, 그때의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었다.

 

- 당신이 멋대로 화를 내고 뭐라고 해도 사실상 당신의 생각이 어떻든 난 조금도 개의치 않아. 작가란 창작의

  기쁨과 가슴속에 차오르는 온갖 생각을 토로하는 일 자체를 기쁨으로 느낄 뿐 그 밖의 일에는 무관심하여

  칭찬이나 비난, 성공이나 실패 따위는 일체 개의치 않는다->이 문장은 열정과 몰입,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얼마나 만족하느냐에 관심을 가지는 내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 1년 내내 좁은 방에 틀어박혀 있어도 조금도 권태스러워하지 않고 방안을 아름답게 꾸밀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 관심 있는 것에 꽂히면 다른 것을 신경 쓰지 않는 성향

 

- 그녀는 내가 버렸기 때문에 자살한 것이 아니라 어리석고 신념이 없기 때문에 죽은 거야   -> 일 중심의 관계

 

- 어떤 영혼의 상태를 표현하려고 하는 피나는 노력. /스트릭랜드는 보통사람 같으면 견디지 못할 환경에서도

  태연하게 배겨내는 사람. 정신의 강인함? 반항적 성질?/ 진리를 구하는 욕구가 너무나 강해서 그것을 잡기

  위해서는 자기들이 서 있는 토대마저도 못쓰게 만들어 놓고 돌보지 않는 사람이 있다.

   -> 노력, 강인함,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집중과 몰입

 

이 모든 것이 고등학생 때의 내 모습이었고, 이후 삶에서 닮고자 하는 모습이어서 이 책을 좋아했나 보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예술가의 삶은 기이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면서 분출할 수밖에

없는 결과물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한 뒤로는 이 부분을 동의할 수가 없다. 그리고 군데군데 여성과 남성을

차별하고 구별하고, 남성 우월이 느껴져서 거부감이 든다. 예를 들면 사랑을 하면서도 남녀가 다른 점은

여자는 하루 종일 사랑을 계속할 수 있지만 남자는 이따금씩 그렇게 할 수 있을 뿐이다

 

이 책을 다시 읽으며 나의 청소년의 시기를 돌아보고, 그 이후의 삶의 궤적을 살피는 계기가 되었다.

 

2018.7.17  글여행 회원 심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