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음료 커피가 신중년을 사로잡다 

이미 국민 음료가 된 커피가 여전한 마법으로 신중년을 사로잡고 있다. 

동작50플러스센터에서는 연중 거의 끊임 없이 커피 관련 강좌를 마련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과정에 이어 ‘핸드드립 홈카페 coffee brewing 고급과정’을 마련했다. 값비싼 장비 없이도 좋아하는 커피를 손쉽게 스스로 만들기 위해 핸드드립을 배우는 과정이다.

 

동작50플러스센터가 이렇게 일련의 커피 관련 강좌를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 교육팀 김수안 PM은 “무엇보다도 신중년의 지대한 관심과 높은 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강좌를 통해 일자리로 연결되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일자리 관련 사업에 특화된 동작50플러스센터다운 선택이라고 느껴졌다. 

 

사실 커피 만들기는 신중년들이 일자리로 이어가기에 매우 적합한 직능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캠퍼스와 센터 안에 있는 카페는 물론이고 특수 목적의 공공시설이나 종교 시설의 카페에서 신중년 바리스타가 당당히 일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예쁘고 자그마한 카페에서 정감있게 커피를 내려주는 초로의 바리스타도 드물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강의실에서 만난 50대의 박병준 수강생은 커피가 좋아서, 인생 후반에 여유 있게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커피와 관련한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커피야말로 초보가 입문하기에 가장 적합한 일이라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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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영 강사가 강의 들머리에 커피를 추출하고 있다. ⓒ 50+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당신, 마법을 믿습니까?”

드라마 ‘안나라수마나라’ 속의 주인공 마술사는 버려진 놀이동산에 살면서 필요한 이들에게 마술을 보여준다. 그는 마술에 앞서 항상 상대에게 묻는다. 

“당신, 마법을 믿습니까?” 

“예”라는 대답을 들으면 “안나라수마나라!”라는 주문과 함께 마법을 펼치고 그 순간 상대는 마법에 사로잡힌다. 

 

‘핸드드립 홈 카페 coffee brewing 고급과정’ 강의실에서 만난 열다섯 수강생은 모두 커피의 마법을 믿으며 기꺼이 커피의 마법 속으로 뛰어든 사람들이다. 강의 시작 전, 곧 펼쳐질 마법의 문 앞에서 그들은 하나같이 밝고 긍정적인 얼굴과 몸짓으로 인사를 나눈다. 

 

말씨와 표정이 밝고 싹싹한 바리스타 강사 이선영 씨는 강의 들머리에서 먼저 설명을 곁들이며 커피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라인더를 거쳐나온 커피 원두가 그윽한 향기를 방안 가득 채웠다. 강사는 두 가지 커피를 만들어 각각 맛보게 한 뒤 평가하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는데 아마 수강생의 미각과 취향을 파악하려는 것 같았다.

 

수강생들은 두 가지 커피를 번갈아 맛보며 점점 커피의 즐거움에 취해갔다. 그렇게 커피의 마법은 머리보다 먼저 오감으로 수강생들을 감싸 안았다. 이어서 강사는 이 강의의 목적이 수강생 스스로 커피를 만들 수 있도록 커피 추출의 원리를 알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뒤 커피 관련 용어와 커피 추출 과정, 커피를 만드는 데 필요한 도구들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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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강생들이 조별로 커피를 추출하고 있다. ⓒ 50+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알고 마시는 커피가 더 맛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시간은 본격적으로 커피의 마법에 빠져드는 시간이었다. 이선영 강사는 먼저 커피를 대표하는 두 품종인 아라비카와 카네포라를 소개했는데 아라비카는 에티오피아가 원산지로 해발 2,000m 정도 고지대의 척박한 환경에서 생산된다. 카페인이 적고 향미가 우수하며 신맛이 좋다. 카네포라는 콩고가 원산지로 해발 700m 이하 지역에서 생산되며 향미가 약하고 카페인 함량이 높아 쓴맛이 강하다.

 

간단한 품종 소개에 이어서 이 두 가지 커피를 추출하는 실습을 이어갔다. 먼저 원두를 비교해 보니 차이가 확연하다. 아라비카 품종을 대표하는 예가체프는 원두 모양이 비교적 길쭉하고 작으며 고르지 않다. 이에 비해 카네포라 품종의 대표 격인 로부스타는 원두가 둥글고 크며 고른 편이다.

 

실습생들은 두 가지 원두를 그라인더로 갈아 향을 비교했다. 향의 차이도 분명하다. 이어서 조별로 로부스타 커피를 추출했다. 종이필터를 접어 드리퍼에 얹고 분쇄한 원두를 부었다. 그리고 서버에 얹은 뒤 주전자에 담긴 섭씨 90도의 물을 부어 추출을 시작했다. 먼저 원두 가운데 물을 조금 붓자 이내 원두가 빵처럼 부풀어 오르며 한두 방울 추출된 커피가 서버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어서 가운데에서 바깥으로 동그라미를 점점 크게 그려 나가며 물을 부어 커피를 추출했다. 20g의 원두로 150cc의 로부스타 커피를 만들었다.

 

반만 시음하고 나머지는 남겨두라는 강사의 말에 따라 조원들은 갓 추출한 커피의 맛과 향을 느끼며 의견을 나누었다. 여기저기서 “맛있다!”라는 감탄사가 나직하고 즐겁게 이어진다. 알고 나서 맛을 보니 정말 더 맛이 있다. 잠시 후에 입안에 은은한 풍미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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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강생들이 스스로 만든 커피를 시음하고 있다. ⓒ 50+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고생을 많이 한 커피의 여왕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이어서 수강생들은 도구를 씻어 앞서와 같은 순서로 예가체프를 추출하기 시작했다. 한두 방울씩 커피가 떨어지기 시작하자 이전과 다른 향이 강하게 느껴진다. 완성된 예가체프를 맛보는 수강생들의 반응도 앞서와 다르다. 예가체프를 한 모금 입에 담는 순간 풍미와 산미가 확 밀려든다. 그리고 풍부하면서도 날카로운 향기와 함께 단맛이 오래 입안에 남았다.

 

이어서 강사가 파워포인트를 보며 다시 한번 예가체프와 로부스타의 차이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환경에서 만들어진 식품일수록 사람의 오감에는 더 즐겁게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바로 옆에 있던 실습생의 한 줄 정리가 명쾌하다. “예가체프는 고생을 많이 한 맛과 향, 로부스타는 그보다는 고생을 덜 한 맛과 향!”

 

마지막으로 앞서 남겨두었던 로부스타에 같은 양의 우유를 섞고 시럽을 넣어 시음했다. 로부스타는 쓴맛이 강해 주로 다른 첨가물을 넣어 즐기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인스턴트 커피의 대부분과 연유를 부어 마시는 베트남 커피가 로부스타 커피이다. 역시 수강생들은 첨가물이 든 로부스타 커피를 마시며 감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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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출을 마친 예가체프와 로부스타 커피. ⓒ 50+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신중년과 커피 

통념적으로 신중년과 커피는 그다지 친숙하지 않다. 커피의 트렌드가 청년층 위주로 빠르게 변화하는 데다가 젊은이들이 빼곡한 카페에 여간해서는 불쑥 들어서게 되지 않으며, 한 잔 커피에 하얗게 밤을 지새워 본 시니어라면 그 고통스러운 기억을 잊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커피가 건네는 여유와 위로 그리고 즐거움은 신중년에게 더욱 절실한 것들이다. 게다가 새로운 교분을 만들고 취업과 창업을 꿈꾸게 하는 힘까지 가졌으니 커피와 신중년은 썩 잘 어울리는 친구로 지낼 만도 하다 싶다.

 

강의 세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강의는 쾌활하고 유려했으며 수강생은 마법을 본 듯 놀라고 즐거워했다. 내내 강사의 말끝마다 꽃처럼 웃음이 피었다. 

 

강의 후에 가진 인터뷰에서 이선영 강사는 커피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이며 휴식을 함께 하는 친구 같은 음료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취미로서 폭넓은 커피의 세계를 알아가는 도전이 인생에 활력을 준다고 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정적인 신중년들에게 커피 만들기는 더욱 적합한 취미라고 강조했다. 다만 카페인에 민감하거나 골다공증을 염려하는 분들은 하루 한 두잔 정도만 우유와 함께 마시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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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커피를 만들고 커피는 사람을 만든다. ⓒ 50+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사람은 커피를 만들고, 커피는 사람을 만든다

‘Piano Man’을 노래한 싱어송라이터이자 피아니스트인 빌리 조엘도 커피의 마법에 빠져 살았던지 “커피잔 속에 위안이 있다.(In my coffee cup, comfort is existent.)”라는 명언을 남겼다. 사람이 만든 커피는 몸과 마음에 위로를 채워 사람을 즐겁고 편안하게 만든다. 그리고 커피잔 너머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빚는다. 사람은 커피를 만들고, 커피는 사람을 만든다.

 

이런저런 이유로 커피잔을 내려놓은 지 여러 해 되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옆자리 수강생이 건네는 커피를 주는 대로 다 받아 마셨으니 오늘 저녁 쉽게 잠들기는 글렀지 싶다. 그러면 어떤가. 오늘 만난 커피의 깊고 진한 향과 풍미 그리고 유쾌한 사람들의 즐거운 웃음을 되짚어 음미하기에 8월의 여름밤이 오히려 짧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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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를 진행하는 모습. ⓒ 50+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50+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cbsan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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