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의 삼 형제 섬 신시모도,

그 섬의 태곳적 바닷가와 배미꾸미조각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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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은 계절의 서정을 끌어당긴다게다가 예술을 품었다. 색다른 매력의 삼형제 섬 신도(信島)시도(矢島)모도(茅島)가 떠 있는 인천 옹진군 북도면의 신시모도, 수도권에서 마실가듯 당일 여행으로도 가뿐하다.

 

한적한 해안 따라 연도교로 연결된 세 개의 섬을 돌며 바닷바람에 체증을 날려 버리기 딱 좋은 곳, 모든 걸 내려놓고 바다를 배경으로 풍성하게 전시된 초현실적인 예술작품을 호젓하게 돌아보는 시간, 그것만으로도 떠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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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맞아주는 섬, 신도(信島)

인천시 영종도 삼목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장봉도행 여객선으로 10분이면 도착한다. 선착장에 서서 크게 호흡하며 바다내음에 설렌다. 이미 감성 자극이다. 뱃전에서 일제히 날아오르는 갈매기떼와 잠깐 노니는 사이 신도 선착장에 배가 닿는다

 

신도는 세 군데 섬 중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맏이 섬이다. 넓이와는 달리 소박한 섬마을 풍경이 정답다. 신도에서는 섬 둘레를 산책하듯 걸으며 편안히 산에 오르는 트래킹이 제맛이다. 완만한 능선 따라 구봉산에 올라 갯벌과 서해 바다를 내려다보는 시원함, 때묻지 않은 섬마을 정경을 바라만 보아도 일상을 떠나온 마음이 여유롭다.     

 

섬 입구에는 자전거나 전동 바이크를 대여하는 곳이 있다. 섬이 넓지 않아 이런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섬 둘레를 신바람 나게 달리며 자연을 누리는 모습은 얼핏 영화 같다. 섬을 잇는 연도교 덕분에 삼 형제 섬을 한 동네처럼 하루에 모두 돌아볼 수도 있다. 인적이 드문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논밭이 펼쳐지고 빨간색 뾰족 지붕의 이쁜 펜션을 지나는 길이 마냥 한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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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시도(矢島)의 수기해변

배에 싣고 온 자동차로 10분이면 시도로 연결하는 연도교를 건넌다. 시도(矢島)는 신시모도의 중심에 있어서 주요 기관이나 시설이 몰려 있다. 수기해변으로 가는 길옆의 시도 염전이 텅 비었다. 섬에 내리는 풍부한 일조량과 해풍으로 질 좋은 소금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지금은 다 거둬들이고 작업을 일단 멈춘 모습이다.    

  

소나무 숲이 바다를 감싼 듯 아늑한 수기해변, 한때 드라마 풀하우스슬픈연가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저 고요하다. 모래가 고운 백사장의 물이 빠지면 온갖 바다 생물의 꿈틀거림을 볼 수 있다. 물때를 맞춘다면 소라와 게 등을 잡으며 때묻지 않은 순수한 갯벌을 즐길 수 있는 해변이다. 왼편으로는 시골길 마냥 해안누리길이 조성되어 걷다 보면 소나무 숲길과 전망대가 이어진다. 숲에서 시원하게 바라보는 바다, 멀리 강화도 마니산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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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모도의 막내 섬, 모도(茅島)

신도와 시도를 잇는 연도교를 건너고, 이제는 시도와 모도를 잇는 다리를 건넌다. 그리고 모도 끄트머리 배미꾸미해변으로 들기 전 박주기해변 방향의 길 위에서 우선 멈춤. 제방 둑에 1.4km의 해당화 꽃길이 기다랗게 펼쳐진 모습이 가을볕에 아득하다. 봄과 여름 사이 해당화 꽃이 필 무렵이면 트래킹이나 자전거 여행 코스의 백미로 꼽히는 길이다.

 

이젠 몇 송이 남지 않은 해당화 꽃길에 서니 ‘Modo’라는 영문체의 선명한 빨강 조형물이 눈에 확 뜨인다. 푸른 하늘과 빨간색 글자 옆의 작은 정자가 각자의 존재감으로 잘 어우러진다. 그 풍경 속으로 오가는 젊은 커플의 그림 같은 모습은 더 말해 뭣하랴. 영종도 공항이 가까워 가끔 머리 위로 잠자리처럼 비행기가 날아간다. 손에 잡힐 듯 가까이서 보이는 비행기의 은빛 날개를 향해 먼 곳에의 그리움을 실어본다. 이곳은 섬 모양이 박쥐를 닮았다는 박주기해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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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도(茅島) 바닷가 전시장, 배미꾸미조각공원

모도(茅島)는 띠섬이라는 뜻이다. 섬 앞바다에서 어부가 고기잡이를 할 때 띠()만 걸려 나와서 띠섬이라 불리었다고 한다. 연도교를 통해서 모도로 들어오면 누구라도 먼저 배미꾸미해변으로 향한다. 배미꾸미와 박주기해변은 5분 거리에 있어서 어디든 내키는 곳에 먼저 들르면 된다. 배미꾸미는 일명 멍텅구리 배의 밑바닥을 뜻하는데 모도의 형세가 그러하다 해서 붙여졌다는 말이 있다. 이렇듯 독특한 지명의 해변에 놀랍게도 멋진 조각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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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고 황량했던 섬에 바다와 조화를 이루는 예술 작품이 전시되면서부터 신시모도의 명소가 되고 있다. 2003년 여행 중이던 조각가 이일호 씨가 섬 분위기에 반해 이곳에 터를 잡고 작업을 시작했고, 작품을 하나씩 마당에 내어놓으면서 현재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섬마을에서 이렇게 풍성한 예술작품을 볼 수 있을 줄이야태곳적 어느 바닷가에 내가 서 있는 듯 착각 속으로 잠깐 들어가 보는 한나절이다

 

기념탑처럼 우뚝 선 모도 이일호라는 작품 뒷면에는 석 줄의 글이 있다.

 

바다는 모도를 섬으로 고립시킬 생각이 없었고

모도 또한 바다의 품에 안기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여기 왜 서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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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활짝 펼쳐진 예술의 향연, 다소 난감한 표현도 있지만 작가의 원초적 테마의 독창성을 마음으로 살핀다색감만으로도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때론 익살스러움과 삶의 근원도 엿보이고 고통과 죽음도 보인다. 전반적으로 생과 사를 기반하는 느낌이다그뿐이 아니다.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섬이다. 밀물과 썰물, 일출과 일몰의 순간에 빛을 발하는 작품의 변모는 배미꾸미해변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감각적인 예술과 섬의 어울림이 절묘하다.

 

조용히 조형물 옆에 앉아 그 시간을 누리는 이들풀밭 위를 뒤뚱뒤뚱 걷는 아가는 천상의 풍경으로 만든다. 카페에서 시원한 차를 들고 나와 녹슨 구조물 앞에 앉아 휴식하는 커플연륜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노부부의 여유로움... 각자의 방식으로 그 시간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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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밭 아래로 내려가면 해변가 널찍한 암반 위의 작품 버들 선생이 눈길을 끈다. 철제로 축축 늘어진 버드나무를 형상화한 작품을 보니 언제 적인지 모를 신화가 떠오른다느닷없이 물속에서 불쑥 솟아오른 나무처럼 바라보는 이들에게 상상력을 동원시킨다.

 

무엇보다도 물이 차오르고 노을이 내린 붉은 하늘과 환상적인 매치를 이룰 때가 최고조라고 하니 가능하다면 그 섬에 하루쯤 머무를 것아니, 캄캄한 밤바다에 철썩이는 파도소리가 함께 할 때는 어떨지도 상상해 본다뱃시간에 맞추느라 서둘러 나왔으니 언제쯤 그 광경을 맞아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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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것은 이곳에 가끔 외국인들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시간의 주요 배경지이기도 한 섬이다. 해외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김 감독의 영화를 본 외국인들이 가끔 촬영지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코로나 19로 라트비아라는 먼 나라에서 세상을 떠난 김기덕 감독의 독특한 상황 설정이 담긴 작품을 이제는 볼 수 없게 되었다

 

김춘수 시인은 “이 조각공원이 없었더라면 모도는 그저 하나의 쓸쓸한 섬에 지나지 않았을 터이나, 한 조각가와 인연이 돼 모도는 여행객들에게 꿈꾸는 법을 일러주는 섬이 되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섬도 여행자도 조각가도 꿈꾸게 하는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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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빠진 한낮의 바다 위로 울퉁불퉁 솟은 바위가 잔잔한 파도를 맞고 있다. 조각상 옆에서 까무룩 조을다가 흠칫 놀라며 쏜살같이 내빼는 섬 고양이소나무 절벽 위로 올라 멀리 해안선이 그려지는 바다를 내려다본다. 수수하고 원시적인 자연이 만들어 내는 풍경, 진정한 예술은 여기 있는 듯.  

 

아득한 우주 아래 숨겨진 듯 때가 덜 탄 작은 섬 하나,  섬이 지닌 드넓은 여백인 잔잔한 바다. 그곳에 상상의 산물들이 우릴 꿈꾸게 한다햇살과 바람, 그리고 푸른 하늘의 구름이 섬의 기묘한 형상들을 감싸고 있다섬 자체만으로도 신비롭다.

 

 

50+시민기자단 이현숙 기자 (newtree1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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