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낭만이 있는 「푸른수목원」

 

푸른수목원은 서울의 서남쪽, 구로구의 서편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10만 3천㎢의 부지에 기존의 자연경관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도록 꾸며져 있으며, 이름에 걸맞게 회색도시에 푸름을 가득 선물해주고 있다. 비록 기존에 있던 논과 밭은 사라졌으나, 항동저수지는 다양한 식물 테마원들과 어우러져 옛 모습을 감추고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났다.

 

 

푸른수목원은 서울시50플러스 남부캠퍼스에서 2.4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도보로는 38분, 승용차로는 8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남부캠퍼스에서 나와 7호선 천왕역에서 지하철을 승차해 다음역인 온수역에서 하차하고 2번 출구로 나와 마을버스 구로7번으로 갈아타면 어렵지 않게 푸른수목원에 도착할 수 있다. 

 

수목원 정문에 들어서면 시원스럽게 조성된 잔디광장을 마주하게 된다. 평소에는 잔디관리를 위해 출입을 금하고 있지만, 종종 이곳에서 행사들이 진행되어 출입이 허용되기도 한다. 잔디광장 모퉁이에는 아름드리 버드나무가 우뚝 서서 내려다보고 있는데, 그 푸름이 마치 푸른수목원의 마스코트처럼 느껴진다.

 

 

잔디광장 뒤편으로는 기존의 항동저수지가 자리 잡고 있는데 연잎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저수지 둑에서 서서 멀리 바라보아서인지, 시기를 놓쳐서인지 연꽃은 보이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갈 수만 있다면 연잎사이에 숨어있는 연꽃을 찾아 볼 수도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저수지를 지나 항동 철길과 만나는 쪽문으로 향해 가면서 천천히 수목원을 감상해봤다. 저수지와 인접한 곳에는 수생식물원이 위치하고 있는데, 이곳은 갈대 숲 사이로 테크로드가 설치되어 있어 습지 위를 걸으며 수생식물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가 있었다. 먼발치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연꽃도 비로소 연잎 사이사이에서 보였다. 무성한 갈대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무더운 날씨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기도 했다.

 

 

 

 

수생식물원과 습지식물원 그리고 참여정원을 지나노라면 동화 속에나 등장할 것 같은 예쁘장한 원두막이 여럿 보인다. 숲속의 원두막은 관람객의 지친 걸음을 잠시 쉬어갈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공간이다. 이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식히는 사람들의 얼굴에선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찾아볼 수 있다.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휴식공간은 원두막 이외에도 관람로 주변에 많이 마련되어 있다. 예쁜 돌을 배치해 만든 공간도 있고, 벤치도 설치되어 있어 관람객이 불편하지 않도록 노력한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동화 같은 원두막을 지나면 식용식물원과 활엽수원, 침엽수원 그리고 단풍나무원을 차례로 만나게 된다. 단풍나무원에서는 가을이 되면 울긋불긋 화려하게 변신할 정원의 모습을 그려보며, 가을에 다시 와야지 하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원예체험장에서 자라고 있는 수세미, 가지, 고추, 땅콩 등을 바라보며 발길을 옮기고 있노라니 어느덧 목표했던 항동 철길과 만나는 쪽문에 닿았다. 철길은 오류역에서 출발하여 시흥시에 소재한 어느 공장으로 연결되어 필요할 때만 화물차가 운행되는데, 사람의 발길이 적은 시흥시 방향으로 철길을 뒤덮고 있는 잡초로 미루어 봤을 때 최근에는 차량이 거의 운행되지 않는 모양새다. 반면 오류역 방향으로는 철길 옆으로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인도가 조성되어 있어, 몇몇 사람들이 인도를 따라 걷고 있었다.

 

저 멀리 하나의 점을 향해 시원스럽게 내달리는 레일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확 트이는 것 같은 시원함이 느껴진다. 쪽문 건너편으로 '항동역'이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거칠고 투박했지만 시골에 있는 어느 간이역을 연상케 하는 풍경이다. 가을이 되면 철길 주변을 뒤덮는 코스모스가 장관이라고 지나가던 한 분이 귀띔을 해 주신다. 이 또한 기대되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다시 쪽문으로 들어와 아까와는 다른 길을 택해 영국정원, 억새원, 미로원, 야생화원, 프랑스 정원, 암석원, 향기정원 등을 지나 다시 잔디광장으로 향했다. 정원들마다 저마다의 특색을 담고 있어 보는 재미가 다양하다.

 

 

 

저수지 건너편 후문에는 장미원과 어린이 정원, 야외학습장 등이 있는데 한 바퀴 돌고나니 후문으로 다시 이동하는 것이 조금 버거워 그곳은 다음 기회에 방문하기로 했다.

 

푸른수목원에서는 가을을 맞이해 10월 1일부터 28일까지 산책로 등에 다양한 종류의 국화 전시와 함께 국화를 기르는 전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하하하 페스티벌'이 개최된다. 가을 단풍과 국화가 어우러진 푸른수목원을 방문한다면, 폭염으로 고생한 여름에 대한 보상이 조금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