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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일상을 벗어나 뜨거운 여름을 어떻게 보낼지 가족이나 친구들과 휴가 계획을 세우느라 분분하게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피서라고 하면 예전엔 바다, 계곡이나 산에서 보내는 실외활동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최근 일과 삶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뀌고 있고 카페로 대변되는 실내문화가 일반화하면서 휴가지를 선정하는 취향에도 다소 변화가 있는 듯합니다. 

 

올여름 더위를 피해 쾌적한 가까운 미술관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바쁜 일상 속 소진된 마음의 양식을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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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전경. © 50+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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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 야외조각공원의 나무에 설치되어 있는 <황금 목걸이>, 2022. © 50+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덕수궁 옆 서울시립미술관

시청 옆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옛 대법원 건물을 리뉴얼하여 미술관으로 활용하고 있는 고풍스러운 르네상스식 석조건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일본제국주의와 독재 시절 반인권의 상징적 장소가 이제 시민들이 마음의 여유를 누리는 평화로운 장소로 바뀌었다니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 만합니다. 

 

야외정원을 지나 나타나는 유럽풍 석조건물에 걸린 커다란 현수막은 장-미셸 오토니엘의 ‘정원과 정원’ 전시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 외에 미술 제작과정에 주목한 ‘그리드 아일랜드’, 화가 천경자의 작품과 여성 작가들의 ‘허스토리’가 관람객을 맞고 있습니다.

 

<장-미셸 오토니엘 : 정원과 정원> 전시

프랑스의 대표적 현대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 개인전이 1층 전시실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토니엘은 1980년대 후반부터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권의 관습, 신화적 상상력 등을 엮어 자신만의 섬세한 해석으로 작품을 제작해 왔습니다. 이번 전시도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내 전시관뿐만 아니라 야외 설치작업의 방식으로 미술관 야외조각공원, 덕수궁 내 연못 등에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다양한 공간 속에서 대중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정원 속 예술작품들은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예술세계를 경험하게 하여 일상 속 공간을 상상의 세계로 채웠고, 1층 로비에 전시된 <스스로 서 있는 거울 목걸이>를 시작으로 도슨트의 해설을 따라가며 본격적인 오토니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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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서 있는 거울 목걸이>, 2021, 장-미셸 오토니엘 작품. © 50+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오토니엘은 각 나라 문화권에서 소재를 찾아 작품을 구상하는 작가입니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루브르의 장미>라는 작품을 유리 피라미드 개장 30주년을 기념해 제작하였듯, 한국 내 전시를 위하여 덕수궁 내 건축물에 사용된 오얏꽃 문양에서 착안한 <자두꽃>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또한, 덕수궁 연못 정원에 전시된 연꽃을 통해 한국적 정서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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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브르의 장미>, 2019(왼쪽)와 <자두꽃>, 2022(오른쪽). © 50+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전시관 안쪽으로 들어서면 벽돌과 구슬 매듭으로 형상화된 작품들이 화려하고 영롱한 빛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전체 형상의 화려함과 함께 조각 하나하나에 남은 수공 과정에서의 유리 흠집들을 보고 있자면, 상처와 아픔들이 함께 모이고 어우러져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마치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사를 말해주는 것도 같습니다. 작품을 통해 현실의 불안, 상처, 고통을 품고 다시 세상에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을 꿈꾸길 바라는 오토니엘의 작가로서의 바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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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은 파란 벽돌로 잔잔한 물결의 푸른 강을 연상시킨다. 위에는 14개의 구슬 매듭 조각이 설치되어 하나의 시적인 우주를 보여준다. © 50+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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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짝이는 구슬의 표면에서 반사되는 이미지를 통해 ‘와일드노트’의 개념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다수의 조각 작품들. © 50+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그리드 아일랜드> 전시

전시관 2층에는 <그리드 아일랜드>가 전시되고 있습니다. 미술관의 기능인 수집과 연구, 전시와 교육의 바탕이 되는 과정으로서 제작에 주목하는 전시입니다. 미술 작품의 제작과정 자체, 다양한 작품의 소재나 매체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 작품들을 통해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새로운 창의적 작품세계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일반 미술품의 전시보다는 창의적이고 새로운 방식의 작품들이 다양한 형태의 예술로서 독특한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도슨트 프로그램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전시관 입구에는 각 작품의 해석과 설명을 적어놓은 카드가 마련되어 있어 도슨트의 해설을 놓친 관람객들은 이를 활용해 본다면 전시작품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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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드 아일랜드> 전시작품들,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제작 플랫폼 구축을 통해 새로운 창작의 방식, 제작 개념을 제안한다. © 50+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영원한 나르시시스트, 천경자>와 <허스토리 리뷰> 전시

한국화단의 대표적 작가 천경자의 작품이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되어 상설로 전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화가만의 독자적 화풍으로 그린 자화상 외에도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전시는 ‘내 슬픈 전설의 이야기’, ‘환상의 드라마’, ‘영혼의 여행자’와 ‘자유로운 여자’라는 네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미술 작품 외에 수필가로서 낸 다수의 책도 전시되고 있어 미술과 문학을 넘나들며 펼쳐진 작가의 무한한 정신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천경자 화가의 작품은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사진으로 남길 수는 없었지만 언제라도 미술관을 찾아 접할 수 있도록 자신의 작품을 기증한 작가의 뜻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허스토리 리뷰>는 정치적,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웠던 1980년대를 배경으로 당시 역사와 일상적 삶에 얽힌 여성 작가들의 개인적, 사회적 시선을 보여주는 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가정 내 여성의 역할, 혼란한 시대상 인식, 여성 억압의 암시 등 그들 일상에서 마주한 사회에 대한 생각과 개인적 갈등을 보여주는 작품들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대규모 전시관은 아니지만, 작품의 성격과 의미가 다른 다양한 작품들을 한 장소에서 즐길 수 있는 여름날의 휴양지가 되어 줄 것입니다. 작품들을 천천히 즐기며 둘러보고 잠시 휴식을 취하며 맛있는 차를 한잔 나눌 수 있는 세련된 인테리어의 카페가 있어 미술관 산책의 여유로움을 더해 줍니다. 미술관 정원 곳곳에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야외 전시작품들을 보물찾기하듯 찾아 감상하는 것도 새로운 즐거움입니다.

 

미술관을 나와 연못 정원에 전시된 작품들을 찾아 덕수궁을 방문했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덕수궁 석조전의 수려한 모습을 잠시 감상하고 오토니엘 작품이 전시된 연못을 찾았습니다. 주변의 초록빛 나무들과 연못 위에 초록빛 물풀을 배경으로 황금빛으로 도드라지는 오토니엘의 여러 연꽃 작품들과 나무 위에 걸린 목걸이 작품들이 연못의 풍광을 신비롭게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작품을 바라보며 잠시 현실을 벗어나 동화 속 상상의 풍경을 보는 듯 아름다운 작품과 자연의 조화를 즐기며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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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수궁 정원의 연못에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황금 연꽃>, 2019, 장-미셸 오토니엘 작품. © 50+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올여름 더위를 피해 휴식을 즐기는 방법으로 미술관 산책을 권해 드립니다. 쾌적한 미술관 실내를 산책하듯 거닐며 여러 작가의 작품세계에 공감하며 얻는 미적 체험을 경험하고 야외정원에서 현실과 상상을 조화롭게 연출해낸 여러 예술작품을 감상해 보세요.

 

이번 여름에는 아름다운 작품들과 함께 시원한 여름을 즐길 수 있는 덕수궁 옆 서울시립미술관을 한 번쯤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및 프로그램 확인https://sema.seoul.go.kr

 

 

50+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silk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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