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달린다. 한강대교를 옆에 끼고, 행주대교에서 국수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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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한강 자전거 유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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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옆에 도림천이 있고, 도림천은 안양천에 붙어 있다. 그리고 안양천은 한강에 붙어 있다. 천(川)에는 강(江)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자전거길이 있다.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를 벗어나서 짙은 녹색의 천변 길에 들어서면, 영화 ‘나니아 연대기’에 나오는 장면처럼 순식간에 환상의 세계로 들어선다.

 

도림천에서 출발하여 안양천과 만나는 신정교를 뒤로하고, 북으로 달려 한강과 만나는 염창교까지 달린다. 염창은 소금 염(鹽)자, 창고 창(倉)자. 옛날에 여기에 소금창고가 많아 염창동이었다. 한강은 동에서 서로 도도히 흐른다. 동으로 가면 성산대교, 양화대교, 여의도. 서로 가면 마곡대교, 행주대교, 김포, 소금 창고가 있기에 염창교는 사통팔달 요충지다. 나는 기수를 서로 돌린다. 빌딩 숲을 벗어나서 대륙 벌판처럼 광활하고 찬란한 한강 자전거길로 힘차게 페달을 내리밟는다. 그러나 마음뿐, 한강 라이딩족들이 너무 많고 자전거길이 그다지 넓은 편이 아니라 내달리기는 어렵다. “지나가겠습니다!” 뒤에서 나는 목청 높은 소리. 오른편으로 살짝 비켜나면 한 때의 자전거 패들이 씽씽 지나간다. 멋진 단체복을 입고 있다. 조용히 추월하는 사람도 있다. 나를 추월하는 사람은 모두 나보다 20년은 족히 어리겠지, 스스로 위안 삼는다. 그들은 스피드를 즐긴다. 시속 30Km는 넘을 것 같다. 나는 시속 15Km로 유유히 달린다. 내 자전거는 적토마가 아니다.

 

안양천과 한강이 만나는 염창교

 

내 친구 성복이는 한국이야말로 자전거길이 정말 잘 닦여진 나라라고 말했다. 그는 조선일보사가 주관한 ‘2014년 원코리아 뉴라시아 자전거 평화원정단’에 참가한 라이딩 베테랑이다. 한강 자전거길은 서쪽 아라한강갑문에서 동쪽 팔당대교에 이른다. 전장 52.7Km이며 약 3시간 30분 걸린다. 서울시 인터넷 포털, <내 손안에 서울>에 한강 자전거길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라이더에겐 자전거로 건널 수 있는 한강 다리가 어디냐가 특히 중요한데, 독자들이 <내 손안에 서울>로 가는 수고를 덜기 위해 여기 적는다. 상식으로도 알아두면 좋겠다. 한강 다리는 총 29개이다. 이중 광진교, 한강대교, 잠수대교, 잠실철교, 마포대교, 팔당대교, 등에 자전거 도로가 설치되어 있다. 자전거가 건널 수 있는 다리를 잘 알아야 한강을 남북으로 오가며 자유자재로 즐길 수 있다.

 

많은 이들이 한강 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풍륜(風輪). 소설가 김훈의 「자전거 여행 1」에 나오는 그의 자전거 이름이다. 나의 자전거 이름은 풍차(風車).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대작가의 작명을 이용했다. 그는 「자전거여행 2」 서문에서 ‘바퀴가 길을 밀면 길이 바퀴를 밀고 바퀴를 미는 길의 힘이 허벅지에 감긴다. 몸속의 길과 세상의 길이 이어지면서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간다’고 말했다. 자전거는 순전히 인간의 근육을 사용해서 길을 나아가는 물건이다. 근육을 동력으로 사용할 때 심장은 빨라지고 허파는 부풀어진다. 자전거 라이딩은 유산소 운동이자 최고의 허벅지 강화 운동이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허벅지가 중년의 건강을 좌우한다고. 허벅지 강화 운동은 지방을 줄이고 면역력을 높여 주고 혈당치를 조절한다. 또한, 무릎 관절을 지탱해주어 관절염을 예방하고 골다공증을 줄여 준다. 50+에게 이보다 더 좋은 운동은 없다. 허벅지는 산업 단지형 에너지 공장인 셈이다. 많은 이들이 자전거 라이딩을 스포츠로 예찬하는 이유이다.

 

자전거 라이딩은 생활형 스포츠이다. 장비가 간단하다. 자전거 하나면 된다. 배우기 쉽다. 아무리 초보라도 2시간이면 끝낸다. 한 번 넘어지고 오기가 생기면 1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다. 혼자 할 수도 있고 여럿이 할 수도 있다. 그러니 아무 때나 할 수 있다.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자전거는 통상 초보용 20만 원대부터 시작한다. 당장 타고 싶은데 자전거가 없다면 서울시 ‘따릉이’가 있다. 1시간에 1천 원이다. 혼자서도 아무 때나 할 수 있으니 ‘생활 속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 요즘 즐기기 딱 좋은 스포츠다. 야간에도 가로등이 켜져 있어 힘들지 않다. 자전거 쉼터에 라이더들이 많으니 이때는 마스크를 필수로 착용해야 한다. 강서 한강공원 자전거 쉼터에 이런 현수막이 걸려 있더라. 거리는 2미터, 마음은 0미터.

 

마포 하늘공원에서 라이딩 중 쉬고 있는 풍차의 자태 

 

마곡 철교를 앞두고 직진 길이다. 바퀴의 기어비를 높이고 속도를 내본다. 진격! 풍차를 다그친다. 바람의 저항을 받는다. 눈앞의 그림이 선으로 바뀐다. 순간 시속 30Km는 나온 듯하다. 풍차는 적토마가 아니다. 이내 속도를 줄이고 다시 유유히 건너편 강북을 보면서 바람을 느낀다. 강서습지생태공원을 지나 행주대교를 건너서 국수마을로 간다. 국수마을 어탕국수는 나의 최애식품이다. 생선 뼈를 갈아 넣어 칼슘이 풍부하다. 행주대교에서 에너지를 보충하고 동쪽으로 기수를 돌려 한강 북편 길로 들어선다. 마포 하늘공원에서 잠시 풍차도 쉬게 하고 편의점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선택한다. 강변 쪽 계단에 내려와 벤치에 앉아 여유롭게 한강 남쪽을 보니 염창교가 보인다. 한강 라이딩의 출발지점이다. 오늘 라이딩의 초심을 살피고, 근자에 내가 하고자 했던 일들의 초심도 살펴본다. 자전거가 건널 수 있는 한강대교를 이용해 오른쪽으로 꺾어 집으로 돌아간다. 여의도를 지나 염창교에서 안양천으로 방향을 바꾼다. 목동교를 지나 신정교가 보이면 풍차를 다독이며 수고했다고 말한다. 다음에는 염창교에서 동쪽으로 가야겠다.

 

가양대교 자전거 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