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 4人4色… 50+ 세대 일·보람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서울시 보람일자리 오병란·이정미· 신병희·강남용 씨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100세 시대, 인생의 반환점을 돈 50+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생계'를 위한 일자리는 아니다. 사회에서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일하면서, 이웃을 도와 보람도 찾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다.

'서울시 보람일자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월 57시간을 일하고 42만 7천원 가량 활동비를 받는 사회공헌형 일자리다.

시는 4월 설립한 서울50플러스재단을 통해 상반기 642개의 일자리를 만들었고, 하반기 850여 개를 더할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 보람일자리에 함께 한 4명의 50+ 세대들은 일도 하면서, 사회적 가치도 공유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 경로당 코디네이터 오병란씨 "경력 활용 좋아요"

아로마테라피 관련 프리랜서 강사로 일하던 오병란(56·여)씨는 은평구 불광동에서 '경로당 코디네이터'로 변신했다.

 

경로당 코디네이터는 경로당에 필요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채우도록 지역의 물적·인적 자원을 이어주는 일을 한다. 시설이 망가지면 지역 자원봉사자나 단체를 연결해 보수하고, 유관 기관과 협력해 어르신이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 등을 한다.

오씨는 그동안 프리랜서 강사를 하면서 전국 곳곳을 누비다가, 어느 순간 자신이 속한 지역에 힘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보람일자리에 지원했다.

특히 아로마테라피를 가르친 경험을 살려 때때로 직접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오씨는 "처음보다 많이 밝아진 경로당 분위기나, 여가 활동을 즐기는 어르신의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많이 느낀다"며 "내 경력이나 재능을 활용할 수 있어 더욱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경로당 코디네이터는 '사람과 사람', '정과 정'을 나누는 일이라며, 이 일로 벌어들이는 수익 자체에 방점을 찍은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오씨는 "내가 가진 것을 나누며 지역에 보탬이 되고, 작게나마 사회에서 역할을 맡는다는 생각으로 임하면 굉장히 좋은 일자리"라며 "보람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다"고 덧붙이며 활짝 웃었다.

경로당 코디네이터 오병란 씨

경로당 코디네이터 오병란 씨

 

◇ 50+ 컨설턴트 이정미씨 "공감하는 자세가 핵심"

결혼 전까지 기계 설계 관련 일을 하던 이정미(51·여)씨는 보람일자리 사업에서 다른 이들의 인생 2모작 설계를 돕는 '50+ 컨설턴트'를 맡게 됐다.

결혼 후 직장을 그만뒀지만, 지역 아동센터에서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책 읽기를 가르치거나, 진로 상담을 한 경험이 밑거름됐다. 상담 활동에 보람을 느꼈기에 관련 자격증을 땄고, 3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50+ 컨설턴트 공모에 당당히 합격했기 때문이다.

50+ 컨설턴트는 중장년층이 은퇴 전과는 다른 또 다른 삶을 잘 설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상담하는 역할을 한다.

이씨는 그동안 해 온 상담 관련 공부와 경험을 활용할 수 있으면서 사회에 공헌도 하고, 특히 전업이 아니라 시간적 여유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 끌렸다고 했다.

그는 "처음 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과연 50+ 세대에게 잘 맞는 상담을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다"면서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고 공감할 수 있는 자세더라"고 말했다.

이어 "같은 고민을 했던 같은 세대기 때문에 누구보다 이 일을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앞으로는 조기 퇴직자도 많이 생길 수 있어 이들을 옆에서 도와주는 일은 꼭 필요하다. 필요한 공부도 열심히 해 50+ 세대에게 더 많은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50+ 컨설턴트 이정미 씨

50+ 컨설턴트 이정미 씨

 

◇ 50+ 활동의 '윤활유' 신병희씨 "가정과 사회 잇는 역할, 우리에게 잘 맞죠"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신병희(54·여)씨는 아이가 기숙 학교에 입학하자 경력 단절 6년을 딛고 '50+ 모더레이터'로 제2의 삶을 시작했다.

50+ 모더레이터는 50+ 캠퍼스에서 이뤄지는 교육, 커뮤니티 활동, 보람일자리 사업 등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돕는 일을 한다. 신씨는 제2의 인생을 준비하던 도중, 50+ 모더레이터 모집 공고를 보고 '딱 맞는 일자리'라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내 지원했다.

신씨는 교육지원 업무를 맡아 강사와 교육생 사이를 조율하고, 교육과정 평가나 모니터링 과정에도 참여한다.

그는 "우리 세대는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양쪽을 이어주고 조율하는 경험을 많이 하지 않았느냐"며 "50+ 모더레이터의 가장 중요한 역할도 소통과 협력을 끌어내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 세대에게 잘 맞는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50+ 캠퍼스에서 일하며 다양한 강사와 수강생을 만나니 그 자체로 새로운 자극과 긍정적인 에너지도 많이 받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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