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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에 빠졌었다. 갈까 말까.. 김유정 문학관!

좀 수고스럽더라도 가기로 했다. 몇년 전, 외국에 나갔을 때 영혼없는 쇼핑센터도 가면서 문학관을 안가는 게 부끄러워졌다. 단체로 가니 그냥 걸쳐 가면 된다. 경의중앙선을 타고 용산역에서 itx 청춘열차를 타고 남춘천역으로 향했다. 한 달 전부터 읽은 '봄 봄', '동백꽃', '땡 볕', 김유정 소설은 한국의 토속성이 짙게 배어 있고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시대상이 녹아 있었다. 역시나 한 많은 백성의 삶, ' 봄 봄'에서는 데릴사위로 들어가 쇠경을 받을 수 없는 처지인 주인공이 언제가 될지 모르는 장가갈 날을 혀가 빠지도록 기다린다



  이제야 '봄봄', '동백꽃'을 읽다니. 어디가서 창피해 말도 꺼낼 수 없다 어쨌든 지금이라도 읽고 방문하니 김유정 작가에게 미안함은 갖지 않기로 했다. 마름의 딸과 소작인의 아들이 벌이는 양쪽 집의 닭 가지고 싸움을 붙이는 얘기는 웃음이 나오면서도 가슴으로는 울컥하다. 하지만 그 안에 또 웃음이 숨어 있다. 웃지도 못하고 울 수도 없는 그러나 마지막엔 희한한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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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봄' 작품에서 데릴사위로 들어온 주인공이 예비 장인과 점순이 키를 재고 있다. 키가 작아 더 자라야 결혼 시켜준다며 몇년 째 같은 소리만 하는 장인과 결국엔 육탄전을 치른다. 읽으며 나 같으면 뒤도 안돌아 보고 침을 뱉고 나올 것이다 생각했지만 그 시대 상황에선 어쩔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소설은 왜 그렇게 다 슬플까? 나라를 뺏겼으니 그랬겠지. 

  

  김유정은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정에 굶주렸던 허기는 이룰 수 없는 사랑에만 목 매달며 덤벼들었다. 말년에는 폐결핵으로 앙상한 몸만 남았을 때, 방문한 친구 작가는 유정의 방, 벽에 걸려있는 "겸허" 라는 글을 보고 가슴이 미어졌다고 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조용히 생을 마감할 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며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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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가의 안채 툇마루에 영등포 50+ 작도반 회원이 모두 앉아 기념 사진을 찍었다. 30세도 안되어 폐결핵으로 저세상으로 간 김유정. 이년 정도 기간에 수십편의 작품을 남겨 개인에겐 슬픈 인생이지만 후세에는 위대한 문학의 길을 놓음에 대한 감사함과 존경심이 우러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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