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로타 델리카테사 윈도세이드 맥크렐민트 에프레임즈 도우터 롱스타킹

이것은 양 갈래로 야무지게 땋아 쫙 뻗은 머리로 유명한 삐삐 롱스타킹의 풀네임이다.

나는 예쁜 외모라고는 할 수는 없는 말괄량이 삐삐의 매력에 빠져있다. ‘삐삐가 참 좋다.

아홉 살 삐삐는 어느 작은 마을 변두리 뒤죽박죽 별장에서 혼자 살고 있다. 가끔씩 하늘에 대고 손을 흔들며 엄마, 내 걱정은 마세요. 난 잘하고 있으니까.”하고 말한다. ‘삐삐는 자기가 직접 만든 옷을 입고, 짝이 다른 긴 양말과 자기 발의 두 배가 되는 까만 구두를 신는다. ‘삐삐는 엄청 힘이 세고, 요리도 잘하고, 늘 재밌는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그럴 듯한 이야기를 재잘댄다. 학교에 다니지 않아서 글씨나 구구단 같은 건 잘 모르지만 결코 기죽지 않는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8367

 

그런데 내가 삐삐를 좋아하는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삐삐는 힘센 사람에겐 더더욱 세지고, 못 된 사람에겐 악당이 되기도 하면서, 혼자 눈물을 훔칠 때도 많은데 그건 어김없이 다른 생명에 대한 동정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삐삐는 다른 이를 도와야 할 행동이 필요할 땐,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던다. 그 순간에는 머리회전도 민첩해서 실수하는 법이 없다. 다과회에 모인 부인들이 자기 집 가정부를 흉보는 것을 듣고 세상에는 없을 가정부를 창작해내어 쓸데없이 수다스런 부인들을 입을 막아버리는 통쾌함을 주기도다.

무엇보다도 삐삐가 매력적인 것은 자기가 가진 엄청난 돈을 제대로 쓸 줄 아는 데 있다. 친구들에게 쓰는 것도 늘 재미있는 이벤트가 되게 하고, 심지어 자기의 금화를 훔치려한 도둑들에게도 멋지게 돈을 쓴다. 훔칠 수 없게 하면서 밤새 악기를 연주하게 만들고 자신과 춤을 주게 만든 후, 금화를 하나 씩 주고 이건 아저씨들이 떳떳하게 일해서 번 돈이에요.”라고 말한다. 아마도 삐삐의 금화를 훔치려 했던 도둑들은 그 후 인생이 달라졌을 거 같다. ‘이란 악기를 부는 연습을 꾸준히 하고 춤추는 연습도 많이 해서 실력을 쌓게 되었을 것이다. 정당하게 일해서 돈을 버는 기쁨도 배우게 되었을 거 같다.

 

나처럼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을 읽고 그 매력에 빠져서 이 책의 작가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무척 좋아하게 된 사람이 있다. 그래서 린드그렌 팬 클럽의 작품 같은 책까지 쓰게 되었는데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이란 책을 쓴 유은실 작가이다. 유은실 작가가 그 책에서 탄생시킨 비읍이도 참 예쁘고 사랑스럽다.

비읍이는 아빠가 일찍 딴 세상으로 떠나 치과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엄마와 둘이 살고 있다. ‘삐삐를 알고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작품들을 탐독한다. 적은 용돈으로 책을 사기위해 헌책방의 단골이 되기도 하고, 스웨덴으로 가서 직접 작가를 만나려는 꿈을 꾸며 저축도 시작한다. 뿐만 아니라, 엄마와 갈등하면서도 린드그렌의 작품을 읽은 아이답게 엄마와 자신보다 더 어려운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가 탁월하다.

 

삐삐는 친구인 토미아니카에게 말한다. ‘시간이 흐르고 우린 나이를 먹지. 올 가을이면 난 딱 열 살이 돼.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절을 맞게 되는 셈이야.’

딱 좋은 시절이 열 살이라니!

삐삐 시리즈를 영화로 보지 못한 사람들이 글자로 이 말을 읽으면 심각한 분위기로 느껴질까?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애가 그냥 어른을 흉내 내어 지껄이는 말 정도로 여길런지도 모르겠다. ‘삐삐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명랑하고 통통 튀는 분위기의 삐삐 목소리가 연상되어 하하하... ’ 웃을 테고.

그런데 내 생각에는 삐삐는 단순히 말괄량이이며 힘세고 부자인 어린이가 아닌 거 같다. 어른들보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잘 아는 인생천재로서 말 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아마도 이것은 삐삐가 누군가에게 배웠다거나 스스로 경험한 것이 많아 터득된 것은 아니지만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삐삐에게 부여해준 타고난 감각이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지만.......)

만약 삐삐가 열아홉 살이었다면 스무 살을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기라 말했을 것이 틀림없다. 뿐만 아니라 쉰아홉 살이었다면 예순 살을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기라고도 했을 것이다. , 아주 가까운 미래 거의 현재이기도 한 시기를 가장 좋은 시기라 했을 거란 뜻이다. 이미 지나간 시절은 다시 올 수 없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알 수 없다. 지금, 이곳을 살고 있는 순간이 가장 좋은 게 아니라면 슬프고 아플 뿐이다. 설령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중이라 해도 바로 코앞으로 다간 온 미래가 가장 좋은 시기임을 믿는 다면 힘을 내고 행복할 수 있다.

 

삐삐는 완두콩 한 알을 앞에 놓고, 그것이 리오에서 만난 늙은 추장이 준 어른이 되기 싫은 사람이 먹는 약이라면서 아니카’, ‘토미와 주문을 이렇게 외웠다.

사랑스런 칠릴러그야 난 끄기 싫어.”

토미끄기 싫어가 아니라 크기 싫어가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지만, 그랬다가는 날마다 악몽처럼 몇십 센티미터씩 자랄 거라고 한다. 푸하하하........ 그래서 세 어린이는 삐삐가 말하는 대로 주문을 외웠고, 1945년에 아홉 살이었던 그들은 여전히, 사랑스런 말괄량이며 개구쟁이로 살아가고 있다.